근육 부담과 피로를 덜어주는 웨어러블 외골격 슈트

[테크월드=선연수 기자] 


산업재해로 인한 연간 손실 22조, 해결 방법은?

안전보건공단의 2017년도 산업재해분석에 따르면, 전체 산업재해 발생 건 중 28.50%가 건설업, 28.20%는 제조업이라고 조사됐다. 한 해 산업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약 22조 원으로 추정되며, 근로손실일수는 약 4700만 일로 연간 단위로 환산 시 12만 9000년이다. 이렇듯 사업자와 근로자 양 쪽에 큰 피해를 끼치는 산업재해를 줄이는 방법이 있을까? 사람이 헐크처럼 변신하는 것도 아니고, 아예 인간을 대신해 로봇을 쓰는 것도 아닌 로봇 인간, 바로 아이언맨이 되는 방법으로 해결 가능성이 열렸다. 아이언맨 영화 속 주인공 토니 스타크가 아이언맨 아머를 입듯 엑소베스트(EksoVest)를 착용하는 것이다. 이 조끼를 입으면 최대 15kg까지 몸에 무리를 주지 않고 물건을 들어 올릴 수 있다. 현재 각종 건설, 제조 산업에서 근로자를 아이언맨으로 변신시키려는 흐름이 보이고 있다. 

2017년 산업별 산업재해 현황 분포도 출처 : 안전보건공단


하루에 4600번 팔을 머리 위로 올려 작업하는 자동차 제조공

포드(Ford)는 지난 2017년 외골격 로봇 제조 전문 업체 엑소 바이오닉스(Ekso Bionics)와 협업해 미국 미시건주 자동차 조립 라인의 근로자들에게 엑소베스트를 시범 도입했다. 엑소베스트란 웨어러블 외골격 슈트(Wearable exoskeleton suit)로 인체의 모양을 본떠 신체 근력을 지지하도록 만든 기기를 말하며, 엑소베스트는 어깨와 팔 부근의 상체 근력을 보조한다. 

인체공학 컨설팅 회사 휴먼테크(Humantech)의 크리스티 랏츠(Christy Lotz)는 “외골격 로봇은 근로자가 작업 시 가하는 힘의 30~40%를 감소시켜 근육이 받는 부담과 피로를 줄일 수 있고 따라 작업으로 인한 부상, 근골격계 질환 위험을 줄이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자동차 조립 라인 근로자는 하루에 약 4600번, 연간 100만 번 정도 팔을 머리 위로 올려 작업을 하게 돼, 목, 어깨, 손목에 부상의 위험이 크다. 그 중 어깨 부상의 경우 완치까지 평균적으로 3만~6만 달러로 치료 비용도 만만찮다. 이에 비해 상체 외골격 슈트는 개당 5000-7000달러의 비용이 들어 투자 대비 가치가 긍정적이다. 엑소베스트는 대당 4000-5000달러로 비교적 저렴하며, 수명은 약 3~5년 정도로 500~700만 번의 작동 횟수를 갖는다.

엑소베스트는 한 팔당 2.27kg~6.80kg의 무게를 경감시켜주며, 152~193cm의 키를 가진 사람이 사용할 수 있고, 체형에 맞게 적용돼 편안한 착용감을 선사한다. 또한 몸의 사이즈에 맞게 조정한 후 1분 내외로 착용할 수 있어 간단하고, 관리 방법도 까다롭지 않다.

엑소베스트를 착용하고 작업하는 모습 출처 : 엑소 바이오닉스

 

힘의 분산 통한 근육 피로 최소화

웨어러블 외골격 슈트는 배터리의 유무, 작동 방식, 기기의 유연함에 따라 분류한다. 일반적으로 작동 시작 에너지 공급을 위해 배터리가 필요하지만, 엑소베스트와 같은 제품은 사람이 관절을 굽혔다 펴는 동작과 기계 장치의 조합으로 작동 동력을 만들어내 배터리가 필요 없다. 이에 따른 충전이나 전력 공급 문제도 일체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엑소베스트는 양 쪽 어깨에 설치된 가스 스프링에 위치에너지(Potential energy)를 저장하고 이것을 재공급하는 방식이다.

각기 다른 압력 레벨의 스프링을 사용해 착용자의 작업 정도에 최적화할 수 있다. 어깨 위로 손을 들었을 때 장치가 팔과 어깨를 보조하고, 이때 부담되는 힘을 힙 벨트(Hip belt)를 통해 하체로 전달한다. 하체는 어깨보다 훨씬 강해 이때 받는 힘으로 인한 피로감을 사용자가 느끼지 못한다. 

이것은 손을 허공에 들고 있을 때보다 천장이나 끈과 같이 손을 고정시켜주는 장치가 있을 때, 몸 전체로 힘이 분산돼 어깨에 무리가 덜 가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또한 뻣뻣한 외골격 슈트는 오히려 사용자의 근골격계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기기의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인해 사용자가 기계의 무게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 엑소베스트와 같은 외골격 슈트들은 알루미늄, 탄소섬유처럼 최대한 가벼운 소재로 무게를 최소화하고 유연한 관절 구조를 통해 작동을 부드럽게 만든다.

 


퇴근 후의 삶을 만들어주는 웨어러블 외골격 슈트

포드의 공장에서 3개월 간 시범 운용한 결과, 근로자들은 퇴근 후 목, 어깨의 피로가 많이 감소했고, 다리 등 다른 신체 부위의 부담감도 느끼지 않았다고 했다. 미시간 조립 공장에서 23년 간 일한 베테랑 조립공 폴 우디 콜린스(Paul Woody Collins)는 “머리 위에서 작업을 해, 집에 가면 등, 목, 어깨가 항상 아팠다. 그러나 엑소베스트를 사용한 이후 통증이 없었고, 이젠 집에 돌아왔을 때 손자와 놀아줄 힘이 있다.”고 말했다. 포드는 엑소베스트 등의 웨어러블 외골격 슈트 도입으로 근로자의 사고 비율을 감소시켰고, 적용 공장을 확대시킬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포드 외에도 현대 자동차, BMW, 아마존 등 조립, 반복 노동을 요구하는 제조 유통 등의 산업에서 웨어러블 외골격 슈트의 도입이 늘어가는 추세다. 지난 2018년 9월 현대그룹은 북미 공장에 의자형 착용로봇 H-CEX를 시범 도입했다. H-CEX는 근로자의 무릎 관절을 보조하는 방식으로 허리와 하반신의 근육 부담을 80% 정도 덜어준다. 또한 엑소베스트처럼 어깨보다 높은 공간에서 작업하는 근로자를 위해 H-VEX도 개발 중이다.

포드의 인체공학 엔지니어링 담당자 마티 스메츠(Marty Smets)는 “우리의 목표는 지구력을 강화하는 것에 있었다. 작업자는 어제와 똑같은 일은 하더라도, 오늘 그들의 근육은 덜 피로한 것”이라고 전했다.

 

예산 절약와 노동 환경 개선을 동시에

웨어러블 외골격 슈트는 부상자의 치료 비용에 비해 10/1 정도의 비용을 요구하나, 절대적인 가격이 낮은 편은 아니다. 안전보건공단의 자료로 비교해보면, 산업재해의 약 57%가 제조, 건설 분야로 근로손실일수는 약 7만 3000일이다. 7만 3000명이 1년 동안 자리를 비우는 것과 같고, 그로 인한 손실액은 약 13조 원인 셈이다. 다시 거꾸로 계산해 보면, 13조 원은 600만 원짜리 외골격 슈트를 약 200만 개 구입할 수 있는 가격이다. 그러나 13조 원의 고작 3.4%인 4380억 원이면, 7만 3000명에게 외골격 슈트를 지급할 수 있다.

대략적인 계산이지만, 장비의 도입 하나만으로 산업 현장의 위험 발생률을 감소시키고 손실액의 규모까지 줄일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산업 전반의 변화를 위해 투자할 가치가 충분할 것이다. 현대그룹이 외골격 슈트에 투자하고 있듯 대기업의 변화를 선두로 정부의 자본과 제도적 지원 등 사회 전반적인 노력으로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의 노동 환경 개선에 신경 쓰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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