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월드=박진희 기자] 지능을 가진 생명체가 할 수 있는 가장 고도의 능력 무엇일까? 사회를 구성하는 것? 새로운 것을 발견해 발전을 이룩하는 것?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본이자, 고도의 능력이 바로 학습 능력이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는 날 까지 끊임없이 배운다. 걷는 법, 빨대로 물을 마시는 법과 같은 단순한 행위를 복사하기도 하고, 공부를 통해 지식을 습득해 직업을 갖고, 미래를 준비하기도 한다.

이미 많은 경험을 습득하고 지식을 가진 노인이 돼서도 배울 것은 생긴다. 변화하는 세상에 맞춰 스마트 폰으로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내거나, 은행 업무를 처리하는 등 배움은 계속된다. 학습한다는 것은 사회가 효율적으로 고루 돌아갈 수 있게끔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 한 인간에게 이전에 상상하지 못했던 새롭고 편리한 무엇인가를 하게 할 수 있는 혁명이 되기도 한다.

인간사회도 배움에 따라 3차에 혁명을 경험했다. 증기기관의 발견으로 시작된 1차 산업혁명, 석유와 전기의 대중화로 전자공학과 중화학 공업의 부흥을 이끈 2차 산업혁명, 그리고 정보화 시대로 불리는 컴퓨터, 인터넷으로 시작된 3차 산업혁명이다. 이제 인공지능으로 자동화와 연결성이 극대화되는 4차 산업혁명이 온다. ‘기계가 배운다’ 별 것 아니어 보이는 차이가 산업 환경의 혁명을 불러온 것이다.

머신 러닝은 인공지능의 한 분야로, 패턴인식과 컴퓨터 학습 이론의 연구로부터 진화한 분야이다. 1995년 아서 사무엘(Arthur Samuel)의 논문에서 처음 개념이 만들어졌다. 경험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고, 자신의 성능을 향상하는 시스템 알고리즘을 구축한다. 이미 연구는 50년대 이후부터 이어져 왔다. 80~90년대까지 제대로 발전이 이뤄지지 못하다가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현저한 발전이 이뤄졌다. 머신 러닝의 암흑기를 끝낸 것은 2012년 세계 최대 이미지 인식 경연대회 ILSVRC(Imagenet Large Scale Visual Reconition Challenge)에 등장한 제프리 힌튼(Geoffrey Hinton)교수의 딥러닝 기술이다.

딥러닝 기술의 아버지라 불리는 토론토대학교 제프리 힌튼(Geoffrey Hinton)교수 (출처: 토론토대학교)

당시 토론토대학교 제프리 힌튼 교수가 이끄는 ‘슈퍼비전팀’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다른 팀들은 이미지 인식 오류율 26%대에서 0.001%를 줄이느라 치열한 경쟁을 한 반면, 슈퍼비전팀은 오류율 15%를 기록했다. 내로라하는 천재들이 모인 팀이 1년을 힘들게 노력해야 겨우 1%가량 오류율을 줄일 수 있었던 상황에서 충격적인 결과를 냈다.

제프리 힌튼 교수의 비결은 바로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이다. 딥러닝은 AI를 학습시키는 방법 중 하나다. 인간의 뇌를 연구해 신경세포와 신경망을 이용, 정보를 처리하는 방법을 기계에 접목시켰다. 수만 개의 뉴런들이 수백 만개의 선들에 의해 연결돼있고, 선들에 대해 적당한 명령값을 설정해야 한다. 알고리즘을 통해 이 작업을 수행하게 된다.

인공신경망은 구조가 워낙 복잡했기에 잘못된 명령으로 틀린 최적 값에 도달했을 때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제프리 힌튼 교수는 이런 함정을 데이터의 전 처리과정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 이 연구가 2006년 논문 “A fast learning algorithm for deep belief nets”이다.

먼저 인공신경망의 각 층들을 비지도 학습(Unsupervised Learning)을 통해 정리하고, 데이터를 여러 층 쌓아 인공신경망 최적화를 수행하는 방법이다. 어마어마한 구조의 인공신경망에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넣고 2006년 이후에 개발된 최적화 기법을 써서 기계를 학습 시키면 오류가 최소화된 최적 값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이게 자동차야.”, “이건 강아지야”와 같은 구체적인 교육이 아니라 방대한 데이터를 입력하고 스스로 구분하게 시킨다. 컴퓨터는 비슷한 것들끼리 분류하게 되고 알고리즘은 분류하는 과정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것을 걸러낸다. 결과적으로 오류 값이 줄어든다.

여러 개의 뉴런(선형 맞춤과 비선형 변환)이 합쳐지면 복잡한 형상의 함수도 추정할 수 있다. (출처: 파스칼 빈센트 홈페이지)

이와 같은 방법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한 뒤 기존에 입력된 정보 간의 관계를 분석하고 판단까지 내릴 수 있다. 스스로 배우는 셈이다. 구글의 음성인식, 페이스북의 사진인식이 이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다. 기계가 넘을 수 없는 영역이라 여겨지던 바둑에서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게 4대 1로 승리한 이유가 여기 있다.

TPU 알파고 실물

바둑은 무한대에 가까운 광범위한 경우의 수를 가지고 있어, 컴퓨터가 인간을 이기기 어려운 종목이었다. 알파고는 훈련된 심층신경망(DNN, Deep Neural Network)이 몬테카를로 트리 탐색(MCTS, Monte Carlo Tree Search)을 통해 가장 유리한 선택을 하게 설계됐다. 심층신경망은 정책망(Policy network)과 가치망(Value network)의 결합으로 이뤄진다. 정책망은 승리 가능성이 높은 다음 수를 예측해 검색 범위를 좁히고, 가치망은 트리 탐색의 단계(Depth)를 줄여 끝날 때까지 승률을 계산해 승자를 추정한다. 머신 러닝은 여러 계층으로 정책망을 구성하고, 정책망 지도학습, 정책망 강화학습, 가치망 강화학습 단계를 거친다.

이세돌과 바둑을 둔 알파고를 보면서 머신 러닝이 실생활과는 멀어 보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얘기는 종종 들리지만, 과거 지나간 산업혁명만큼 피부로 와 닿는 변화가 아직은 없다. 그러나 머신 러닝을 활용한 기술은 이미 가까이에 와있다. 5G의 등장과 인프라 구축이 완료되고 빅데이터가 적극 활용되는 등 기반이 완전히 갖춰지면 곧바로 생활과 환경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머신 러닝 기술로 인해 실생활에 가장 큰 변화를 겪게 될 부분 중 하나가 자율주행차의 등장이다.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기술이 발전해 수집할 수 있는 데이터 규모가 자체가 커졌다. 컴퓨터의 자체 성능도 더욱 좋아지고 있어 방대한 양의 데이터 처리가 가능해졌다. 특히 카메라를 이용해 주행 주변 환경을 인지하는 영역에서 딥러닝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카메라를 통해 입력된 이미지에 딥러닝을 적용해 자율주행 시스템에 필요한 환경 정보를 솎아낼 수 있다. 차량의 운행경로를 결정하는 판단 기능에도 사용될 수 있다.

머신 러닝 기술을 활용한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는 연구가 상당히 진행돼 있고 인프라와 법적규제 부분이 해결된다면 도로에서 자율주행차를 볼 수 있는 날이 금방 올 수도 있다. 구글 슬렉스의 연구소에서는 자율주행차 ‘구글카’를 개발해 이미 직원 12명이 매일 구글카로 출퇴근 하고 있다. 집에서 고속도로까지만 직접 운전대를 잡고 실리콘밸리 고속도로에 진입하면 구글카를 작동시키는 소프트웨어 ‘구글 쇼퍼’가 알아서 운전한다.

구글 자율주행차 ‘구글 카’

구글카는 이미 캘리포니아 해안도로(PCH), 금문교, 할리우드 대로 등 14만 마일 이상을 주행했다. 도로가 험한 것으로 유명한 샌프란시스코 롬바드 거리도 달렸다. 구글은 무인 자동차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시각장애인을 태우고 20만 마일 주행 시험을 성공했고 이 영상을 유투브에 공개했다. 구글카는 음식점, 세탁소 생활에 밀접한 장소를 다니는데 무리가 없음을 보여줬다. 탑승한 시각장애인 스티브 마한은 자율주행차 덕에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다는 것은 내 삶을 바꾸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은 “앞으로 엄격한 기술, 안전 기준을 충족시킨다면 조만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도 최근 경기도 화성시 한국교통안전연구원 내에 자율주행 실험도시 ‘K-City’를 구축했다. 자율주행차의 조기 상용화를 위해 정부가 나선 것이다. 고속도로와 도심, 교외도로, 자율주차시설을 만들고 톨게이트, 횡단보도 등 35종의 교통시설도 함께 조성했다. 스마트 폰에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하고 차량을 호출하면 5G 자율주행차가 스스로 달려온다. 사람이 주차장까지 갈 필요가 없이 원하는 곳으로 언제든 차량을 호출할 수 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자율주행차는 다음 고객을 찾아 이동하거나, 스스로 주변 주차장으로 이동해 호출을 기다린다.

이렇듯 자율주행차의 등장은 시각장애인에게는 혁명과 같은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이고, 사회적으로는 세상을 보다 효율적으로 돌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돼 줄 것이다. 자동차가 이제 소유하는 개념이 아닌 공유하는 개념으로 바뀌게 된다. 도로에 자동차가 전보다 훨씬 줄어들어 교통체증이 완화되고, 택시에 승차거부를 당하지 않아도 되며, 택시를 잡는데 도로에서 시간을 버리지 않아도 된다. 택시와 관련된 범죄에 노출될 확률도 줄어든다.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산업혁명으로 인해 수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생겼 듯이 어쩔 수 없는 자동차 제조업의 변화를 목격하게 될 것이고 그만큼 소프트웨어와 머신 러닝 기술 등 다른 산업의 발전을 지켜보게 된다. 작은 변화에서 큰 변화로 머신 러닝이 세상의 모습을 조금씩 다르게 만들 것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머신 러닝의 시대, 공공분야 준비 과제’ 보고서에서는 “얼마나 올바른 알고리즘을 개발해 적용하느냐에 따라 머신 러닝 성능이 좌우된다”고 설명했다. 또, “기계 학습의 성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는 데이터의 정확도와 양이다. 이에 따라 학습의 내용과 질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좋은 정보와 데이터가 넘쳐나고, 막혀있던 머신 러닝 기술을 딥러닝으로 뚫어버린 지금 시점이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는 출발점이 되고 있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머신 러닝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고 파급효과를 예상해보면서 혁명을 지켜보는 여유를 가져보기에 좋은 시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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