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자동차 엔진 소리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도 이뤄져

[테크월드=신동윤 기자] UI, 또는 UX 디자이너, 혹은 디자인 분야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스큐어모피즘(Skeuomorphism)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애플의 초기 UI 디자인 철학이었던 스큐어모피즘은 현실에서 디지털 세계로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디지털 세계를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듯한 디자인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애플의 아이북같은 경우는 나무무늬의 책장에 진열된 책을 선택해 종이 재질감을 모방한 화면을 책장을 넘기듯이 손가락으로 스와이핑 하면서 보도록 디자인됐다. 이는 디지털 전환기에 있는 사용자들에게 직관적으로 사용법을 알려주기 위한 방안으로 각광을 받았으며, 애플의 팬덤을 넓히는 역할까지 했다.

하지만 이런 스큐어모피즘은 디지털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을 뿐 아니라, 이미 디지털화된 사용자들에게 그다지 인상적인 디자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애플조차 이 디자인 철학을 포기했다. 이후에 등장한 플랫 디자인이나 머터리얼 디자인 등 디지털 환경에 최적화된 새로운 디자인 철학이 등장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자동차 경고음 탑재 의무화 진행중

이런 현상이 현재 전기 자동차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소음이 극히 적은 전기자동차는 지금도 의도적으로 스피커를 통해 소리를 내고 있다. 이는 보행자나 주변의 다른 차에 자신을 알림으로써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은 2020년까지 보행자가 다가오는 차를 인식할 수 있도록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에 경고음 탑재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우리나라도 2015년부터 시속 20km 이하로 이동시 반드시 소리를 발생시키며, 자동차의 속도에 따라 음색을 다르게 해 보행자가 가감속을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이는 전기차와 수소차, 하이브리드차에 우선적으로 적용하고, 이후 이륜차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이렇게 인위적으로 재생되는 소리의 대부분은 기존 자동차의 소리를 그대로 모사한 것이다. 단적으로 스큐어모피즘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 소음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싫어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고, 좀 더 거슬리지 않고 효율적으로 자동차임을 알릴 수 있는 소리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엔진 소리에서 벗어난 새로운 소리의 창조
최근 영국의 재규어 랜드로버가 행인들에게 확실하게 차량을 인지할 수 있게 하면서도 거슬리지 않는 소리, 혹은 좋아할 수 있는 소리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많은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정상적인 사람뿐 아니라 장애인, 혹은 안내견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어떤 소리가 가장 적합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향후 전기 자동차에 대중화될 경우, 이런 사운드 디자이너의 역할은 점점 더 커질 것이고, 심지어 운전자의 취향에 맞춰 몇가지 소리를 선택할 수 있게 한다거나 써드파티 등에서 사운드를 별도로 판매하는 방식도 등장할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소음 수치나 소리의 종류 등에 대한 규제가 지정될 가능성도 높다.

혹은 더욱 재미있는 방식의 소리가 등장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2012년 화제가 됐던 도미노의 배달용 전기 오토바이의 소리가 한 예가 될 수 있다. 엔진 소음이 아닌 사람의 목소리로 녹음된 '도미노'라는 소리를 사용함으로써 확실한 마케팅 효과와 함께 사람들에게 재미까지 줄 수 있었다.

엔진 소리가 바로 자동차의 소리라는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는 순간, 자동차 사운드는 한 차원 더 높은 곳으로 발전해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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