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 생산, 유통에 디지털 기술의 폭넓은 적용 기회 맞아

[테크월드=신동윤 기자] 기업의 전 영역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진행되고 있다. 제조업 분야 또한 디지털화라는 거센 흐름을 거스를 수 없게 됐다. 이는 기존의 디지털 경제의 장점을 일반 제조업에서도 그대로 누릴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개인화가 강화되고, 롱테일 경제 구조, 그리고 복사와 이동이 간편하며, 애자일 개발 방식과 같은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을 제조업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의 제조업처럼 소품종 대량생산이 아닌, 다품종 소량 생산이라는 과거의 제조 방식으로의 회귀를 시도하게 된다. 물론 이전의 다품종 소량생산이 수작업에 기인한 어쩔 수 없는 생산 방식이었다고 한다면, 디지털화로 인한 다품종 소량생산은 간단한 수제품에서부터 복잡한 첨단 기술 제품에 이르는 폭넓은 영역의 제품을 포함하고 있다.

[그림 1] 제품의 다양성과 제품별 생산량

 

이전에는 개인이나 소집단이 갖출 수 없는 지식을 인터넷을 통해 습득할 수 있고, 심지어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지구 반대편의 사람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제품을 공동 개발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예를 들면 소스포지나 깃허브와 같은 서비스를 통해 소프트웨어 코드를 공유하거나 거래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하드웨어 제품에서도 가능해진 것이다. 또한 인터넷이라는 정보의 바다를 통해 원하는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여기에 예전 같으면 개인이나 소집단이 마련하기 힘든 개발 자금 또한 킥스타터와 같은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를 통해 쉽게 모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제조업의 디지털화를 이끄는 하나의 흐름이다.

다시 말해 제조업의 디지털화는 글로벌화와 개인화를 기반으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설계에서 생산, 판매와 AS 등 전반에 걸친 디지털화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전체 GDP의 27.6%를 제조업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는 29.3%를 의존하고 있는 중국에 이어 전세계에서 두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우리 나라는 제조업의 디지털화라는 세계적인 트렌드 속에서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2020년까지 기존 제조업 공장 1만여 개를 스마트 공장으로 전환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우리 나라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ICT 분야를 기반으로 제조 공정의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해 융합형 제조업으로 도약함으로써 소재와 부품 분야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국내 제조업은 전자, 자동차, 화학, 철강 등의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기존의 소품종 대량생산에 최적화된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개념설계 역량과 비즈니스 모델 구상 능력이 부족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생산 능력 격차가 매우 큰 편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이에 향후 다가오게 될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빠른 디지털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제조업의 디지털화는 단순히 도면을 디지털화하고, CNC 공작기계나 3D 프린터로 제품을 만드는 것을 넘어, 설계에서부터 물류, 제조 등의 프로세스와 이를 서로 연결화는 과정의 모든 것에 대한 디지털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도입이 수월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그림 2] 디지털 제조 기반 기술과 패러다임 변화

제조업의 디지털화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개발에서 국가나 기업을 초월해 전세계적인 협업망을 구성해 수평적인 통합을 이뤄야 하며, 상품 기획에서부터 설계와 생산, 판매와 AS에 이르는 모든 프로세스를 디지털화해야 한다. 또한 마더 공장과 각지의 생산 공장을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포괄적이고 동적인 생산 네트워크를 통해 수직적으로 통합되고 연결된 제조 시스템을 구성해야 한다.

이런 정보 시스템의 수직적 결합을 위한 것이 바로 지멘스가 주창하고 나선 CPS(Cyber Physical System)다. CPS는 물리적 공간에 존재하는 생산 시스템을 사이버 공간의 디지털 트윈(Digital Twin)과 연동해 시뮬레이션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제조의 기술이다. 이를 통해 제품의 설계시, 설계의 구현 가능성, 성능, 품질 등을 사전에 검증하고 제품의 기획, 설계 과정을 최적화한다. 또한 CPS를 통해 구축된 생산 라인은 실시간 성능 학습이 가능해, 새로운 생산 라인의 시뮬레이션을 통한 효율적인 자원 관리가 가능하다.

[그림 3] CPS의 기본 개념

경쟁력 강화와 비용절감 등의 이점 제공

디지털 제조에서 가장 먼저 시작된 것은 바로 설계 부분이다. CAD 기술의 등장은 기계, 기구 설계에서 전자제품 그리고 건축에 이르기까지 이전의 종이 도면을 빠르게 대체해 나갔으며, 이런 설계의 디지털화는 디지털화된 도면의 복제와 이동을 통해 설계 분야에서 글로벌한 협업을 가능하게 했다. 또한 수치해석을 통한 기구나 건축물, 전자회로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설계의 오류를 사전에 수정하고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완성된 제품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타임투마켓 시점을 앞당기며,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뒤를 이어 등장한 것이 디지털 제조로 초기에는 밀링이나 선반 등의 공작기계를 컴퓨터로 제어하는 방식의 CNC가 주류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레이저 절단기나 3D 프린터, 협업 로봇 등의 다양한 기술이 등장하면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특히 3D 프린터는 소재의 다양화를 통해 시제품을 제작하는 프로토타이핑에서부터 의료, 건축, 식음료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높은 정밀도와 고온, 고압, 진동 등의 가혹한 환경에서 운영되는 비행기나 자동차의 엔진 부품을 제작하는 용도로도 활용되고 있다.

특히 3D 프린터와 같은 적층 제조 기법은 기존의 제품 생산 방식과는 달리, 각 기구가 조립된 형태나 복잡한 형태도 한번에 제작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별도의 금형이나 절삭과정 없이 완성품을 만들 수 있어 생산 과정을 크게 줄일 수 있어 비용 절감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보잉은 최신 787 드림라이너 항공기에 대당 적어도 4개의 3D 프린트 티타늄 부품을 사용하고 있으며, 향후 이를 1000개까지 늘릴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렇게 적극적인 3D 프린팅 부품 도입을 통해 보잉은 대당 약 300만 달러의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보잉 외에도 에어버스, 레이시온 등이 새로운 부품 개발에 3D 프린트 기술의 적용을 테스트하고 있으며, GE는 3D 프린팅 부품을 사용하는 항공기 엔진을 개발해 실제 시연까지 완료했다.

[그림 4] 보잉은 자사의 최신 항공기에 3D 프린팅된 부품을 적용했다.

개인 제조업의 활성화 기회 맞아

오래 전부터 사용돼 온 CNC나 로봇 분야에서 새로운 흐름은 가격의 하락이다. 물론 과거 공장에서 사용되던 대형 CNC나 로봇의 가격은 아직도 비싸지만, 개인이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한 CNC나 로봇, 3D 프린터가 등장하면서 개인 제조업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이런 저렴한 제조 기계가 등장하면서 과거 DIY 수준에 그쳤던 메이커들이 이제는 기업화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000달러 미만의 3D 프린터나 CNC 머신은 물론이고, 협업로봇이라는 단순 작업을 반복하고, 프로그래밍과 유지보수가 쉬운 새로운 컨셉의 로봇이 등장하면서 해외에서는 개인 혹은 소규모의 제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킥스타터는 물론이고, 미국의 공동구매 서비스인 매스드랍(Massdrop) 등에는 이처럼 개인이나 소규모 그룹이 제작해 판매하는 제품들이 수없이 많이 등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들이 단기 프로젝트로 진행한 제품을 본격적으로 상품화하기 위해 창업하는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디지털 제조가 CPS나 디지털 트윈을 수반한 스마트 공장과 같은 거창한 부분에만 적용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오히려 디지털 제조의 가장 큰 수혜자는 이런 개인과 소규모 기업들이 될 수 있다. 마치 지금까지의 디지털 기술이 IT 관련 기업들의 성장을 이끌면서 기존의 공룡 들을 기업 순위에서 몰아냈던 것과 마찬가지로 제조업 분야에서도 디지털 기술의 적극적인 수용을 통해 새로운 유니콘이 탄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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