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에 스며드는 모바일 플랫폼, 스마트 웨어러블 디바이스 ②

[테크월드=정환용 기자] 아직은 웨어러블 디바이스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손목에 차는 스마트 밴드와 스마트 워치다. 전 세계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총 출하량은 지난 2016년 이미 1억 대를 넘어섰다. 이 중 미국에서 2018년 한 해 동안 판매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수량은 4100만 대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Euromonitor International)는 미국의 웨어러블 기기 시장 규모는 2018년 85억 달러(약 9조 5500억 원)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014년 약 17억 8500만 달러를 기록한 미국의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 규모는, 1년여 만인 2015년 26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64억 달러를 돌파했다. 성장률이 10% 아래로 떨어진 2017년에도 80억 달러 이상으로 규모가 커졌다. 유로모니터는 소비자들이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구입하는 목적이 기존의 기능성에서 패션으로 중심이 옮겨지며, 시장 성장률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웨어러블 기기 전체 판매량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웨어러블 기기를 스마트 기기와 액티비티 기기로 구분했을 때, 스마트 워치와 스마트 글래스, 의료기기 등은 스마트 웨어러블 기기로 구분하고 피트니스 제품을 포함한 나머지를 액티비티 웨어러블 기기로 구분한다. 단적인 구분으로 핏빗은 액티비티, 애플워치는 스마트 제품으로 생각하면 된다. 미국 시장에서는 스마트 웨어러블 기기가 63.5%의 비중을 차지하는데, 2018년 판매 수량이 전년 대비 18% 증가하며 꾸준히 비중을 늘리고 있다. 핏빗 등의 디지털 액티비티 기기의 비중이 계속해서 스마트 기기 쪽으로 넘어가고 있는데다가, 기능성보다 패션에 중점을 둔 아날로그 액티비티 제품이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판매량이 대거 늘었기 때문이다.

 

구매의 기준이 바뀐다

지난 9월 12일 공개된 애플의 새 스마트워치 ‘애플워치 시리즈4’는, 똑같은 40mm 크기의 GPS·셀룰러 모델이 499달러부터다. 같은 기능에 패션 브랜드 에르메스(Hermes) 디자인이 적용된 버전의 가격은 3배 가까이 높고, 별도로 구입할 수 있는 스트랩 역시 상당한 고가다. 애플이 자체 제작한 1만 달러의 고급 라인업 ‘애플워치 에디션’은 올해 신제품 발표에서 자취를 감췄지만, 3년 전 처음 모습을 드러낸 에르메스 에디션은 올해에도 새로운 디자인을 발표하고 판매를 준비하고 있다.

이는 웨어러블 기기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이제 단순히 기능성만으로 제품을 선택하지 않게 됐다는 뜻이다. 어떤 전자제품도 미적 요소를 배제하고서는 성공할 수 없는 것은, 이제 막 보편화되기 시작한 웨어러블 기기에도 고스란히 적용되고 있다. 스마트워치가 비슷한 가격대의 일반 손목시계 시장을 크게 위협하고 있는 지금, 패션을 감안한 디자인까지 등에 업은 웨어러블 기기는 1980년대 일본의 쿼츠가 시계 업계 전체를 뒤흔든 것처럼 시장에 변혁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애플의 애플워치, 삼성전자의 갤럭시워치(Galaxy Watch), 핏빗의 버사(Versa) 등 속속 출시되는 신제품이 성능이나 기능을 포기하고 디자인에만 몰두했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디자인은 제품의 성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필수 요소이기도 하지만, 기기 기능과 달리 소비자의 선호도에 따라 호불호가 나뉠 수 있는 불안 요소 중 하나이기도 하다. 웨어러블 기기의 기본적인 성능과 특징적인 기능은, 소비자로 하여금 여러 제품들 가운데 하나를 고를 수 있게 하는 브랜드의 강점이 된다. 그러나 기능과 성능이 우수하다 해도 소위 ‘못생긴’ 디자인이라면 소비자에게 선택받을 수 없다. IT 제품 브랜드가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에도 여지없이 적용된 것이다.

▲기자에게는 스마트 웨어러블의 모든 면을 감안했을 때, 2만 원대의 미밴드2가 70만 원대의 애플워치보다 더 나은 제품이었다.

웨어러블 기기, 기능과 디자인의 경계
지난 2015년 애플워치가 처음 국내 판매가 시작됐을 때 두어 달간 제품을 대여해 사용해 봤다. 당시 애플은 스마트워치라는 인식보다는 디지털 시계에 약간의 지능을 더한 개념으로, 애플워치가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손목시계 시장으로 시나브로 진입하는 것을 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신제품 이전의 시리즈 3까지를 결과로 가정한다 해도 절반 이상의 성공이라 볼 수 있을 정도로, 애플워치는 스마트 워치 시장과 손목시계 시장 모두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다지고 있다.

극소수의 수요만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지는 특수한 제품이 아닌 이상, 미적 요소를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는 스마트 글래스, 스마트 웨어 등 다른 웨어러블 기기 분야도 마찬가지다. 다른 웨어러블 기기와 다른 관점에서 한계에 봉착한 스마트 글래스 역시 같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언급하는 4가지 웨어러블 디바이스 가운데, 엑소스켈레톤을 제외한 3가지는 필수가 아니라 선택적인 제품들이다. 단적으로 말해 ‘없어도 되는’ 기기들이란 뜻이다. 엑소스켈레톤은 군용 제품으로 활용될 때, 특히 의료용으로 사용할 때는 그 사용자에게 필수적인 기기다. 하지만 일반 사람들이 굳이 AR 글래스를 사용해야 할 필수적인 이유가 없고, 스마트 워치나 스마트 웨어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이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들은, 기술적인 특징과 함께 사람들이 ‘왜’ 이 기기들을 필요로 해야 하는지 그 이유도 함께 찾아야 한다.

 

출시가 기대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기술
4가지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온도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 스마트 워치는 현재 활발하게 시장이 확대되고 있고, 스마트 웨어도 스포츠, 의료 등의 목적으로 점차 보급화가 진행되고 있다. 엑소스켈레톤은 국내에서도 연평균 40여 건의 특허가 출원될 정도로 연구·개발이 진행 중이긴 하지만, 누구나 이용할 수 있기까지는 아직 좀 더 시일이 필요해 보인다. 스마트 글래스는 기술의 구현보다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른 규제가 기술 개발에 발목을 잡고 있어, 이에 대한 해결책이 우선 필요하다. 3개 분야에서 어떤 기술이 기기 를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할지 알아보자.

▲스마트 워치 – 초정밀 GPS

자동차 내비게이션이나 모바일 기기 등에 적용돼 있는 위치정보시스템(Global Positioning System, 이하 GPS)은 인공위성을 이용해 경도, 위도, 고도 등 3가지 정보로 위치를 추적하는 시스템이다. 지구를 선회하고 있는 32개의 인공위성을 이용하는 GPS는, 여러 오차의 영향으로 위치 정확도가 일정하지 않다. 게다가 위성의 신호를 통신망을 이용해 수신하기 때문에 실내에서는 잘 잡히지 않는다(포켓몬 GO를 해봤다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유럽 연합과 인도, 일본, 러시아 등 여러 국가들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초정밀 GPS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갈릴레오’(Galileo) 프로젝트는 30기의 위성을 이용해 2020년 서비스 시작을 목표로 연구·개발이 진행 중이며, 상용 서비스 오차는 1m 정도다. 2018년 초 서비스를 시작한 러시아의 ‘글로나스’(GLONASS, 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는 현재 약 2.8m의 오차를 가졌고, 일본의 ‘춘천정위성시스템’(Quasi-Zenith Satellite System, QZSS)은 상용 오차 50cm, 연구용 오차는 무려 0.1cm에 불과하다.

또한, 여러 기업에서 비콘, 자기장, 무선 네트워크 등을 이용해 실내에서 위치를 정확히 추적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정밀도가 1m 이내로 높은 GPS와 정확한 실내 추적 시스템이 결합돼 스마트 워치에 적용되면, 얼마나 걸었는지를 알려주는 숫자와 함께 대부분의 산업에서 스마트 워치를 필수로 도입하게 될 것이다.

▲스마트 웨어 – 있는 듯 없는 듯

필수를 넘어 인간 생활의 기본인 의복에 웨어러블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시장 규모를 볼 때 누구나 눈독을 들일 법하다. 하지만 보편적인 동시에 신체에 직접 접촉해야 하기 때문에 그 까다로움이 상상 이상이다. 무엇보다 전자기술 도입에 필수적인 전자부품을 최소한의 범위로 적용해야 하는 것이 과제다. 다양한 패션 기업들은 전도성 섬유로 원단을 직조해 신체 정보를 수집하고 NFC 칩이나 각종 위치 센서를 장착하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해당 하드웨어를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TV를 아무리 얇게 만든다 해도 메인보드와 각종 하드웨어 때문에 두께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LG전자나 샤오미 등의 기업은 아예 디스플레이와 하드웨어를 별도로 분리하는 방법으로 두께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이처럼 스마트 웨어도 하드웨어 자체를 아주 작게 만들지 못하는 이상은 심전도나 심박 측정을 위한 최소한의 센서만을 남기고 다른 하드웨어는 별도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데이터는 무선으로 전송하고, 수집된 데이터는 별도의 하드웨어에 저장해 모바일 기기로 확인하게 만드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아직은 전원 공급이나 완성품의 높은 가격 등 기술 외적인 요인이 선결 과제로 남아 있다.

▲엑소스켈레톤 - 동작 제어∙예측 연산의 실시간 수행

웨어러블 기기를 비롯한 전자제품의 기술적인 난도는 ‘소형화’에 달려 있다. 특히 사람의 신체능력을 보조하거나 강화해 주는 용도의 엑소스켈레톤은, 제품 자체가 무거우면 효율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보조 능력이 미약하면 사용하는 의미가 없다. 특히 강화용 외골격의 경우 사용자의 신체능력을 평균 범위 이상으로 향상시켜야 하는데, 전기에너지를 열에너지나 운동에너지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전력소비는 현재의 배터리 기술로는 30분가량 작동하는 것이 한계다. 이동이 목적인 제품에 유선으로 전원을 연결하는 것도, 공장이나 위험 산업 분야에서 활용하는 것은 괜찮지만 의료나 재활 목적으로는 적절치 않다.

또한, 기본적으로 ‘걷는 행위’를 보조하는 만큼 보행에 대한 기술적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 2족 보행 로봇의 개발이 아직도 완성되지 않은 것은 기술 수준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보행 메커니즘이 그만큼 복잡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엑소스켈레톤은 로봇이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이를 착용한 사람이 움직이는 것에서 단 한 순간만을 예상해 움직여야 한다. 이보다 늦으면 이동이 어렵고, 이보다 빠르면 로봇에 끌려가게 된다. 모션 센서를 비롯한 컴퓨팅 시스템이 착용자의 이동 경로를 예측 분석하고, 부위 별 액추에이터가 시스템이 전달한 움직임을 정확히 실행할 수 있는 동시 운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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