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에 스며드는 모바일 플랫폼, 스마트 웨어러블 디바이스 ①

[테크월드=정환용 기자] 특정한 행동양식 등을 공유하는 집단을 ‘세대’(Generation)라 부른다. 보통 한 세대를 아우르는 기간은 30년으로,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88년과 지금을 비교하는 것으로 ‘세대차이’를 실감할 수 있다.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의 모습과 2018년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정보’다. 1980년대 후반에는 사람들이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선 책과 신문, TV와 라디오를 보고 듣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일방통행이었던 당시의 정보는 사람들에게 신뢰의 정점에 있었고, 행여 그것이 잘못된 정보라 해도 이를 잘못됐다고 받아들이거나 제대로 고치기는 어려웠다. 여기서 다루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비롯한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관점 역시 달랐다. 누구나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검색만 하면 관련 자료를 무한에 가깝게 얻을 수 있고, 사용자가 직접 정보를 만들 수도 있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정보가 ‘전달’에서 ‘공유’로 바뀌면서,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거나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하는 것도 훨씬 빨라졌다.

컴퓨터 시스템이 적용되는 범위가 점점 넓어지면서, 기존의 기기와 컴퓨터의 결합으로 새로운 정보 공유 플랫폼이 만들어지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시장이 한 차례 대격변을 겪은 뒤, 새로운 기술이나 혁신적인 기능에 대한 소식은 점차 잦아들고 있다. 더 이상 새로 창조할 기술이 없다기보다는, 현재의 기술력으로 구현할 수는 있지만 보편적으로 보급하기는 시기상조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필요한 시점을 의미하기도 한다.

스마트폰의 뒤를 이을 차세대 모바일 플랫폼으로 ‘착용할 수 있는’ 기기인 웨어러블 디바이스(Wearable Device)가 화두로 떠올랐다. 스마트밴드, 스마트워치 등으로 소비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보편적인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2000년에 IT 기업인 필립스가 의류 기업 리바이스와 협력해 휴대전화와 mp3 음악감상 기술을 탑재한 재킷이 그 시작을 알렸다. 2006년에는 애플과 나이키가 운동 정보를 아이팟(iPod)에 동기화하는 시스템을 출시했고, 2007년에는 현재 가장 높은 점유율을 가진 스마트밴드 제조사 핏빗(FitBit)이 설립됐다. 이후 스마트밴드와 스마트워치가 잇따라 선을 보이며 새로운 모바일 플랫폼인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이 본격 성장하기 시작했다.

 

Part 1 웨어러블 컴퓨팅 디바이스
Part 2 시장 저변 확대를 위한 기대 기술
Part 3 기술 성장의 한계, 창의인가 규제인가

 

웨어러블 컴퓨팅 디바이스
착용형 컴퓨터 장치의 정의와 목적

현재 신체에 착용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웨어러블 기기는 스마트밴드와 스마트워치다. 디자인보다는 기능적인 면에서 보통의 손목시계를 대신할 수 있는 대체재인 스마트밴드는 피트니스 트래커로서 가장 먼저 시장을 점유해 나갔고, 모바일 기기 본연의 기능을 더한 스마트워치가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이밖에도 첫 웨어러블 디바이스였던 의류에 IoT 기술이 더해진 스마트 웨어, 그리고 영화에서 하체 불구가 된 군인을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준 보행 보조용 엑소스켈레톤(Exoskeleton) 등의 착용형 기기가 헬스케어 분야에서 떠오르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는 사용자의 몸에 직접 착용하거나 부착하는 형태의 전자기기로, 다양한 센서를 통해 사용자와 주변 정보를 수집, 저장, 공유할 수 있는 모바일 장치다. 기본적으로 사용자의 운동 상태 모니터링 기능을 지원하고, GPS를 이용한 위치 추적이나 모바일 기기 연결로 각종 알림, 그리고 선택적으로 디스플레이를 통한 알림 확인 기능을 제공하기도 한다. 저렴한 가격대의 소비자용 스마트 밴드가 공개된 이후,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은 한 때 260% 이상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빠르게 보급되기 시작했다.

 

시장의 변화, 선택형에서 필수형 제품으로 확장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은 지난 몇 년 동안 상당히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출시 초기부터 웨어러블 기기 거의 대부분의 점유율을 차지하던 스마트밴드와 스마트워치는, 최근 그 점유율을 조금씩 잃고 있다. 기기 출하 총량은 2020년 뒤에도 조금씩 증가하겠지만, 피트니스 트래커로서의 기능을 제공하는 스마트밴드는 기능이나 성능, 디자인 등 여러 요인으로 후속작 격인 스마트워치에 점유율을 상당히 빼앗겼다. 대표적인 스마트밴드 제조사 핏빗은 지난 2017년 예상보다 매출이 줄어들자 이익 기대치를 낮추고 기업 규모를 줄이기도 했다.

이런 트렌드는 스마트밴드에서 스마트워치로, 그 다음으로 스마트 의류로 옮겨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이 강세다. 소비자들에 공개된 첫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제조사가 의류 업체였다는 점은 이 의견에 힘을 실어준다. 또한, 지난 2017년 열린 구글 i/o 컨퍼런스에서 리바이스가 구글과 함께 만드는 스마트 재킷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는 의류 원단에 전도성 섬유를 포함시켜 센서, 배터리, 회로를 연결하고, 재킷의 소매 부분에 터치 기능, 단추에 컨트롤 기능을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정확하고 빠른 신체 측정 데이터가 절실히 필요한 스포츠 업계에서도 스마트웨어에 주목하고 있다. 나이키를 비롯해 아디다스, 언더아머 등의 업체들은 각종 운동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신발을 만들었고, 기술 개발업체 아토스(Athos), OM시그널(ONSignal) 등도 선수들의 훈련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한 기능이 포함된 스마트 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스마트 워치, 단독 동작으로 활용도 높여야
스마트밴드 초기 제품에는 액정화면도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스마트밴드는 일반 손목시계처럼 시간을 확인하는 행위 1단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걸음걸이, 심장박동, 수면 패턴 등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 정보를 모바일 기기로 전송한다. 때문에 밴드의 작동 여부를 확인하는 LED 조명 정도만 있으면 사용에 지장이 없었다.

단순했던 스마트 밴드는 스마트 워치의 등장으로 차세대 플랫폼의 자리를 내려놓았다. 아직은 스마트 밴드의 비중이 더 높지만, 같은 크기의 손목시계에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스마트 워치에 기술적으로 대응하기는 어렵다. 샤오미(Xiaomi)의 저가형 스마트 밴드 ‘미밴드’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것은, 기능이 신기했던 점보다 국내 판매가 2만 원대의 저렴한 가격 덕분이었다.

2014년에는 스마트 밴드의 판매량이 1240만 대로 스마트 워치(460만 대)에 약 3배 앞서 있었다. 그러나 2015년에는 스마트 밴드 1420만 대, 스마트 워치 2810만 대로, 무려 610%의 성장률을 보이며 스마트 워치가 급격히 앞서기 시작했다. 현재 스마트 밴드와 스마트 워치를 구분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지만, 스트레티지 애널리틱스나 IDC 등의 조사기관들은 스마트 워치의 출하량이 오는 2022년 2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스마트폰의 도움 없이 혼자서도 잘 하는 스마트 워치의 등장이 기다려진다.

두 제품의 공통점은 아직까지 스마트폰이라는 마더머신이 있어야 제 능력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애플, 삼성전자, 핏빗 등 상위 스마트 워치 제조사들도 아직은 완전히 단독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부분만은 스마트 밴드가 호환성 부분에서 스마트 워치보다 낫다. 애플워치와 갤럭시노트, 갤럭시워치와 아이폰 조합을 사용할 수 없는 현재로서는, 하다못해 스마트폰이 없는 사람도 그 기능을 온전히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 워치가 필요하다.

 

스마트 글래스, 관건은 카메라와 디스플레이
지난 2012년 구글이 공개한 AR 플랫폼 ‘구글 글래스’(Google Glass)로 인해 스마트 글래스의 시대가 열렸다. 아니, 열리는 줄 알았다. 구글 글래스는 1.9GHz 속도의 ARM 코어텍스 A9 칩, 2GB RAM, 25인치로 인식하는 스크린, 카메라와 트랙패드, 시선을 추적하는 안구 추적 카메라까지 집적돼 있다.

사용자의 시선을 따라 카메라가 촬영한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이 스마트 글래스는, 개발자에 한해 조금씩 일반인에게도 공개되며 기대감을 키웠다(추후 구글 글래스의 하드웨어 성능은 CPU OMAP 4430, RAM 1GB로 조금씩 수정됐다). 그러나 구글 글래스를 착용한 사람이 주변을 촬영한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해,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구글 글래스 개발자 버전은 당시 개발자들에게만 판매됐지만, 미국 내에서는 구글 글래스 착용자의 출입을 금지하는 카페도 있었고, 한 도시의 입법부는 구글 글래스를 비롯한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 웨어러블 컴퓨터 등의 사용을 금지하기도 했다. 야심차게 선보였던 구글 글래스는 결국 지난 2017년 일반인이 아니라 특정 산업에서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하는 엔터프라이즈 버전 판매로 전략을 수정했다.

▲아마존에서 ‘smart glasses’로 검색하면, 저렴하게는 수십 달러에서 1300달러가 넘는 구글 글래스 V3까지 다양한 종류의 스마트 글래스를 볼 수 있다. 국내에서도 오픈마켓에서 소수의 스마트글래스가 판매되고 있지만, 아직 관련 시장이 형성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스마트 글래스의 목표는 일상에서 전자 화면을 더 쉽게 접하는 것, 그리고 손쉬운 촬영이다. 2017년에는 1조 2000억 장의 사진이 촬영됐고, 해마다 1000억 장이 늘고 있을 만큼 수치가 빠르게 늘고 있다. 필름 카메라에서 디지털 카메라로,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 촬영이 점점 더 쉬워지기 때문이다. 스마트 글래스가 새로운 촬영 장비 트렌드로 자리를 잡는다면, 단지 눈을 깜박이는 동작만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된다.

다만 개인정보의 유출과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가 제동을 걸고 있다. 기술의 발전을 위해선 사용자가 일정부분 감수해야 하는 단점이 있기 마련이지만, 요즘처럼 개인정보에 민감한 때 누군가가 내 사진을 촬영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다. 이를 기술적으로 풀어나가려면 촬영 대상이 원치 않을 때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영화 ‘아논’(Anon)처럼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은 촬영 조건이 적용돼야 한다. 게다가 동의를 얻지 못한 사진을 활용할 수 없도록 촬영된 사진 파일에도 일종의 디지털 록(Lock)을 걸어야 하는데, 촬영의 방식과 장소, 촬영자, 촬영 대상자 등 모든 조건을 동원해 침해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현재로선 불가능에 가깝다.

이미 800만 화소 급의 카메라와 720P 수준의 화면을 제공하는 기술은 구현돼 있어, 스마트 글래스를 제작하는 부분은 문제가 없다. 결국 스마트 글래스가 AR 기술과 함께 카메라 기술을 함께 활용하기 위해선,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법적 정의를 설정하고 전 세계 공통의 표준을 확립해야 한다. 스마트 글래스로 뭘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스마트 글래스가 침해할 수 있는 범위가 어디인지를 찾는 것은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과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해서 그것이 침해할 수 있는 분야를 무시해서도 안 된다.

 

떠오르는 ‘입는’ 분야, 스마트 웨어와 엑소 스켈레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 가지 요소인 의식주 중에서 의복에 적용하는 웨어러블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의 의류는 신체를 보호하는 것이 첫 번째, 입는 사람의 개성을 표현하는 패션 아이템이 두 번째 목적이다. 주관적인 입장에서는 어떤 경우라도 의복이 가진 원래의 기능은 다른 요소보다 우선시 돼야 하고, 그렇지 못한 옷은 옷으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본다.

최근 의복에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이하 IoT)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의류가 뜨겁다. 전도성 섬유를 포함해 의류 전체에서 신체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스마트 의류는, 스포츠 분야와 헬스케어 분야에서 적극 도입하려 하고 있다. 광센서를 이용하는 스마트 밴드나 스마트 워치보다, 전도성 섬유를 이용해 신체 전체를 측정하는 방식의 정확도가 훨씬 높다. 일반인보다 정확한 정보가 필요한 운동선수에게 적합한 기술이다. 기존의 패션에서 디자인이나 편의성 등을 배제할 수 없고, 여기에 IoT 솔루션을 의류 본연의 기능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적용하는 것이 스마트 웨어의 과제다.

스마트 웨어에 적용되는 소재의 개발 또한 관건이다. 단순히 의류에 센서를 접목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의상 전체가 착용자의 다양한 신체 정보를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수집,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실시간으로 심박과 혈압 등을 체크할 수 있는 의류가 있다면 전 세계의 병원에서 두 손을 들고 환영할 것이다. 코오롱(Kolon)은 전도성 고분자를 섬유에 인쇄해 전기에너지를 열에너지로 전환해 주는 섬유를 개발했고, 일본의 토레이(Torei)는 NTT와 공동으로 극세 폴리에스터 섬유에 특수 코팅 기술로 전도성 수지를 입혀 생체신호를 수집할 수 있는 전자섬유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허리와 하체에 올라타듯 장착하는 착용형 로봇 엑소스켈레톤(Exoskeleton) 역시 의료, 산업, 소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하고 있는 웨어러블 기술 중 하나다. 착용자에게 기계적 힘을 더해 기존에는 할 수 없었던 일을 가능케 해주는 로봇 기술 엑소스켈레톤은, 처음의 접근 방향이었던 ‘강화’에서 ‘보조’로 노선을 확장하며 다양한 기업에서 연구하고 있다. 특히 신체가 마비돼 움직일 수 없거나 노환으로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보조형 엑소스켈레톤은 새로운 삶을 제공해줄 수 있는 기회다.

사고나 노환으로 신체가 마비되는 환자는 매년 약 4% 증가하고 있다. 가벼운 증상이라면 지팡이나 보행 보조기를 사용하면 되지만, 사고 등으로 척수를 다치거나 루게릭병으로 근력이 약해진 환자는 휠체어로도 이동이 어렵다. 이와 함께 산업 분야에서 반복적인 작업이나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는 근로자들, 그리고 엑소스켈레톤 개발의 근간이었던 군사용 제품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될 수 있다.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 엑소바이오닉(Exobionics), 리워크 로보틱스(ReWalk Robotics), 현대자동차 등 다양한 기업들이 엑소스켈레톤을 개발하고 있는데, 넘어야 할 산이 상당하다. 엑소스켈레톤은 착용한 사용자의 이동 의도를 빠르게 파악하고 기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나는 앞으로 걸어가려 하는데 기계가 옆이나 뒤로 이동하면 안 된다. 뿐만 아니라 별도의 컨트롤러 없이 사용자의 미세한 움직임으로 향후의 예상 이동 방향과 속도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관건이다. 게다가 걸을 때 움직여야 하는 허리, 엉덩이, 무릎, 발목 등의 관절 움직임도 해당 액추에이터가 동시에 작동해야 하고, 이것을 사용자의 움직임이 끝날 때까지 실시간으로 반응해야 한다. 더불어 엑소스켈레톤 자체의 중량이 무거우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니 경량화도 실현해야 하고, 사용 시간에 맞출 수 있도록 전원 공급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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