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현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EP·DLP APPS 팀 부장

[테크월드=양대규 기자]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의 DLP(Digital Light Processing, 디지털 광원 처리)는 MEMS 중에서도 눈에 띄는 기술이다. 다른 MEMS 기술들도 각업체별 기술력과 노하우로 차별성을 보이지만, DLP 기술은 TI를 제외하고는 이를 유사하게나마 구현하는 업체가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DLP는 프로젝터를 비롯해 HUD, 사이니지 등에 사용되는 디스플레이 기술로 알려져 있다. 실제 TI의 DLP는 전 세계 디지털 영화관의 80%를 차지하는 등 디스플레이 영역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디스플레이 외에도 DLP의 새로운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가시광선이 아닌 UV(Ultraviolet Ray, 자외선)나 NIR(Near Infrared Ray, 근적외선)의 영역에서도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며, 통합 광학 MEMS 솔루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조경현 TI EP·DLP APPS 팀 부장을 만나 TI의 DLP의 원리부터 DLP가 적용되는 다양한 분야들에 대해 들어봤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EP·DLP APPS 팀 조경현 부장

Q. DLP의 기본 기술인 DMD(Digital Micromirror Device, 디지털 소형 거울 장치)는 다양한 해상도와 크기로 수백만 개의 마이크로미러를 배열했다고 한다. 미세한 크기의 미러들은 어떻게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가

작은 마이크로미러들이 집적됐는데, 여기에는 미러 외에도 전기적인 데이터를 줬을 때, 미러를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기계적 구조(Mechanical Structure)가 포함됐다. 미러 아래쪽에 기계적 구조가 있고, 그 아래에는 전기적인 메모리 구조를 갖고 있다. DMD는 ‘디지털’ 미러 디바이스로, 0과 1로 이뤄진 디지털 신호로 작동한다. 보통 디스플레이 패널에서는 타이밍 컨트롤과 패널을 포매팅(Formatting)하기 위한 전용 컨트롤러가 따로 추가된다. DLP도 비슷하다. 핵심 소자는 DMD이지만, 여기에 일반 IC 하나가 전용으로 붙어 고유의 디지털 신호를 전달한다.

디지털로 작동하기 때문에 미러는 0과 1에 따라 두 가지 행동을 한다. 자유로운 각으로 아날로그적인 움직임을 하기 보다는 정해진 각도에따라, On·Off 두 가지 동작을 한다. 미러 아래쪽에는 디지털 신호에 따라 메모리에 로드된다. 데이터가 0이면 0볼트, 1이면 정해진 전압이 흐른다. 미러와 아래쪽의 전압차이에서 생기는 정전기력을 이용해 미러가 한쪽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Q 미러의 크기는 얼마나 작으며, 어느 정도의 성능을 보이는가

TI에서 미세한 ‘DLP Pico’ 칩을 위해 설계된 미러 테크놀로지를 TRP(Tilt and Roll Pixel)라고 한다. 이는 제일 작은 미러 사이즈를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위한 기술이다. TRP를 통해 모바일 빔프로젝터나 컨트롤 패널 등 소형 전자제품에서 FHD 해상도를 효율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

TRP 기술로 가장 작은 5.4μm 픽셀 피치까지 구현했으며, 이를통해 모듈과 제품 크기를 0.67인치까지 콤팩트하게 줄일 수 있었다. 여기서 반사각을 ±17°까지 키워 효율을 높였다. 기존의 7.6μm 픽셀 피치 이상의 제품은 ±12°의 각도를 조절했다.

DLP는 반사향 디스플레이로, 알루미늄 재질의 미러를 사용한다. 외부 빛을 반사시키는 디스플레이기 때문에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각을 키우는 게 유리하다. 하지만 MEMS를 제작하는 입장에서 큰 값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시키면서, 각을 키우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렵다.

0.67인치의 제품에는 약 400만 개의 거울이 있다. 거울 하나당 하나의 화소를 화면에서 구현한다. 주로 하나의 제품에 하나의 DLP가 들어간다. 하지만 전 세계 디지털 영화관의 80% 를 점유하는 프로페셔널 프로젝터의 경우는 대화면을 구성하기 위해 3개의 DLP가 들어간다.

TI의 DLP

Q. DLP는 다른 프로젝터와 어떤 차이를 가지고 있는가

프로젝터에서 각각의 애플리케이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DLP의 가장 큰 장점은 밝기, 대비, 고속스위칭이라고 말할 수 있다. 미러들의 집적 수준이 높고, 미러들 사이의 갭도 적다. 동일한 밝기의 LCD 프로젝터와 비교했을 때 훨씬 밝고 선명하게 보인다. 직접 외부 광원을 받아서 반사하기 때문에 노이즈의 영향이 없어 화면이 깨끗하다. 또한, LCD 프로젝터와 달리 편광 필터를 사용하지 않아 빛의 손실 없이 높은 효율을 보여준다.

DLP의 고속스위칭은 32kHz로, 1초에 3만 2000번 온·오프를 반복한다. 응답속도가 매우 빨라, 동영상 재생 시에 끌림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원본 카메라가 가지는 것을 손상 없이 재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로젝터 외에도 LCD, LED, PDP 등 다른 디스플레이와 비교 시 가장 빠른 스위칭 속도를 자랑한다. 1996년 처음 상용화한 이래로 20년 이상 컨슈머 제품으로 내구성은 확실히 검증됐다. 차량용 애플리케이션 안정성 검증 시험인 AEC-Q100에 준하는 TI 고유의 MEMS 테스트 조건인 DMD 100을 만족한다.

Q. DLP를 최근 차량용 HUD(Head Up Display)에도 이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DLP가 HUD에 사용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현재 HUD는 주로 TFT LCD가 사용된다. DLP를 이용한 HUD는 2015년 처음 차량용 제품을 개발해, 2017년부터 양산을 시작했다. DLP를 이용하는 가장 큰 장점은 상대적으로 넓은 시야각을 가진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진정한 증강현실(True AR)에 가깝다는 것이다.

True AR을 구현하려면 HUD의 영상 이미지가 실제 외경에 최대한 많이 매핑(Mapping)돼, 추가적인 정보를 줄 수 있어야 한다. 결국, 넓은 시야각을 갖는 더 큰 이미지를 구현하며, 먼 거리에서 이미지를 구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LCD 제품의 경우 2~3m에서 이미지가 구현된다. DLP는 7.5m 이상, 시야각은 12° 이상을 구현한다.

또한, DLP는 반사형 디스플레이로 효율이 커, 모듈 사이즈를 상대적으로 줄일 가능성이 있다. 프로젝터 스타일의 제품이라 설계자들에게 유연성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공조, 안전장치 등 여러 구조물들이 복잡하게 얽힌 대시보드 안에서 프로젝션은 자유로운 ‘광 경로’를 만들 수 있다. 미러를 사용해 빛을 한번 꺾거나, 경로가 없으면 접어서 다른 방향으로 넘기는 등 설계의 유연성을 갖기 때문이다.

Q. 프로젝터, 차량용 HUD, 사이니지 외에 최근 DLP 기술이 적용되는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으로는 어떤 것이 있는가

최근 오토모티브 분야에는 HUD와 함께 DLP를 이용한 헤드라이트를 개발하고 있다. 흔히들 ADB(Adaptive Drive Beam, 적응형 주행빔)라고 불리는 첨단 안전장치에 DLP를 적용하는 것이다. 최근 최고급 사양의 고급차에는 기존의 할로겐 램프나 HID가 아니라 LED를 이용한 ADB가 장착돼 있다.

ADB는 상향등을 켠 채로 주행 시, 반대편 차선의 차를 확인하고 상대 운전자의 시야 방해를 막기 위해 자동으로 운전자 영역의 조명만 자동으로 꺼주는 기술이다. LED의 경우에는 집적 한도가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필요 없는 양의 빛을 끌 수 있다. 운전에 필요한 빛까지 꺼버려, 안전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DLP는 100만 개 이상의 픽셀 화소를 가진 고해상도 매트릭스 빔이다. 반대편 운전자의 시야 방해를 막는 애플리케이션의 경우 상대방 운전자의 눈만큼 빛이 가지 않으면 된다. DLP는 이런 세밀한 부분의 컨트롤이 가능하다. 또한, 야간 주행 표지판을 지날 경우 표지판의 반사광이 많아질 수 있다. DLP를 이용해 반사광인 강한 표지판 부분만 선택적으로 끌 수 있다.

앞으로는 자율주행 등 차량이 점점 고도화되면서 섬세한 컨트롤이 요구된다. DLP는 높은 해상도로 길에다 시그널을 쏠 수 있다. 자율주행 시, 보행자들은 차량이 자신을 인식했는지에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보행자를 인식했다는 것을 헤드라이트 신호로 알릴 수 있다. 보행자와 차량이 인식하기 힘든 야간 주행 시에 더욱 유용하다. 여기에 더해서, 보행자가 건너는 게 인식되면, 보행자 앞에 횡단보도를 빛으로 뿌려준다. 자율주행차와 보행자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공사 중 차선이 사라진 경우 옆에 차선을, 내비게이션처럼 화살표를 표시할 수 있다. 심볼리제이션 등으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진다.

완성차 업체들은 이를 위해서는 100만 개 이상의 화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LED 매트릭스의 경우 100x80 정도로 1만 픽셀 이하이기 때문에 현재는 확장성의 한계가 있다. DLP는 자동차에서 요구되는 표준 밝기를 만족하고, 신뢰성도 만족시킬 수 있다.

DLP 헤드라이트는 아직 양산 단계에 도달하지는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평가 중에 있으며 제품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Q. 디스플레이 영역 외에 DLP가 쓰이는 분야는 없는가

이밖에도 산업과 의료 영역에서 입체적인 형상을 스캔하는 형태의 3D 머신비전 애플리케이션으로 사용된다. 사람의 얼굴을 입체적으로 인식하는 아이폰X의 안면인식과 같은 기술이다. 산업용으로 DLP 3D 머신비전을 활용하는 곳이 AOI(자동제어 비전검사장비)다. 이전에는 2D로 카메라를 이용해 검사했지만, 요즘은 3D로 좀 더 정확하게, 부품의 높이 등 입체적인 부분을 스캔해서 에러 등을 발견한다.

3D 스캐닝에서 가장 많이 쓰는 것은 3D 기하학(Geometry) 기법으로 깊이를 인식하는 것이다. 빛을 쏘고, 이를 센싱해서 제품의 깊이(Depth) 정보를 얻는다. 이런 제품에서 빛을 쏴주는 역할을 DLP가 하고 있다.

DLP를 사용하는 이유는 프로젝터에서도 언급한 장점인 밝기에 대한 효율성·대비·속도 때문이다. 검사장비, 안면인식 등에서는 빠른 캡처가 중요하다. 검사 때문에 생산 속도를 감소시킬 수는 없다. 빠른 속도 안에 정확히 스캔해야 한다.

3D 머신비전은 이미지를 쏴서, 구조광 패턴을 오브젝트에 주사하면, 패턴이 오브젝트의 형태에 따라 왜곡된다. 이 왜곡된 패턴을 센싱해서 불량 유무를 검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빛을 쏠 때 밝기와 대비가 좋지 않으면 정확한 센싱하기 힘들다. DLP는 조도 등 주변 조건에 상관없이 일관된 밝기를 쏠 수 있고, 패턴 속도를 빠르게 스캔할 수 있다. 정확한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는 것이다.

의료계에서도 DLP 3D 머신비전을 사용한다. 치과에서 본을 뜰 때 주로 치아의 형태를 본을 떠, 본을 직접 치기공사에게 갖다 줘 주물을 만든다. 주물에 레진 등을 부어 치아를 만들고 다시 확인해 수정 작업을 거쳐 작업을 완성한다. DLP는 순간적으로 스캔을 해 작업을 줄일 수 있다. 입안에 넣어 스캔하거나, 본을 전체적으로 스캔한다. 이렇게 스캔한 정보를 치기공사에게 디지털 정보로 전달하면 치기공사는 이를 3D 프린터로 출력하면 된다. 아직 레진 등의 재료는 3D프린터로 만들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지만, 주물까지는 3D로 출력할 수 있다.

“가시광선 영역이 아닌 UV와 NIR에서도 DLP를 사용할 수 있다”

UV와 NIR 등 가시광선 밖의 영역에도 DLP를 사용한다. UV 영역에서는 감광성 수지의 경화 속도가 빨라져, 이를 이용한 3D 프린터에 DLP가 이용된다. TI는 363~420nm의 UV에 최적화된 DMD 소자인 Ultravioletti DLP 칩셋을 공급하고 있다. UV 대역을 광으로 사용하는 단파장의 작고 집약적인 MEMS는 DLP만의 장점이다.

700~2500nm의 NIR 대역 제품은 머신비전 영역에서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산업용이나 의료기구에서는 구조광 패턴을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선을 뿌려도 상관없다. 하지만, 안면 인식의 경우에는 눈에 구조광이 뿌려지면, 불편할 수 있다. 이럴 때는 눈에 보이지 않는 NIR 대역대의 빛을 뿌린다. 엔터테인먼트에서 인체를 3D 스캐닝을 할 때도 NIR을 사용한다. 일반 가시광선으로 반사하기 힘든 제품의 경우, 특수한 NIR 대역의 파장대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DLP는 분광학에서도 중요하게 사용된다. 내부를 이루는 분자 구조에 따라 이것이 흡수하거나 반사하는 파장대가 다르다. 현재는 빛을 뿌려서 반사되거나 투과되는 빛의 특성을 분석하는 센서를 쓴다. 센서를 어레이(Array)로 배열한다. 빛을 그레이팅(Grating)이나 프리즘(Prizm)을 사용해 회절시켜, 회절된 빛을 특수한 센서로 보내면 센서들이 각각의 파장대에 대한 특성을 시스템적으로 피드백을 준다.

DLP를 사용하면 이를 선택적으로 파장을 보낼 수 있다. DLP 미러로 한 번에 하나의 파장만 보낼 수 있는 것이다. 고속으로 On·Off를 반복하는 미러는 On된 파장의 빛만 센서로 보낼 수 있다. n열, n+1열의 순으로 빛을 보내면, 센서는 시간대별로 파장을 분석한다. 기존 시스템은 다양한 어레이에 센서를 배치해 공간과 비용이 컸다면, DLP는 크기와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DLP를 통해 마우스 크기의 손에 잡힐 크기의 분광기를 구현할 수도 있다.

Q. 단순히 하나의 센서만 필요한 제품보다는 다양한 센싱이 필요한 제품에 더욱 효율적으로 쓰일 것 같다. DLP 기술을 최적화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은 어떤 것이 있을까?

만약 단파장이나 특정 NIR 대역만 필요하다면, DLP보다는 저렴한 부품을 사용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700~2500nm에서 다양한 센싱을 요구하는 애플리케이션에서는 DLP를 사용하면 된다.

DLP의 가장 큰 장점은 고해상도로 집적된 작은 사이즈의 MEMS를 정확하고 빠르게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빛의 영역에서 넓은 파장대를 아우를 수 있으며, 신뢰성을 가지고 긴 시간 구동할 수 있다. 여기서, 모든 애플리케이션이 파생된다.

특히, 4차산업혁명 시대에서 산업 분야에서는 신뢰성 있고, 집약된 MEMS의 요구사항이 많기 때문에 발전 방향이 무궁무진하다. TI가 영상 분야에 집중하며 산업에 큰 투자를 시작하기 전부터, 산업용으로 DLP가 사용되고 있었다. 현재 TI는 산업 분야의 새로운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위해 투자를 지속해서 진행한다.

영상 영역에서도 소비자들은 더 나은 제품을 원하고 있다. 해상도·밝기는 높이고, 크기와 가격은 낮추기를 원한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들을 모두 충족시키기는 어렵다. TI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5.4μm 픽셀 피치를 개발하며 소비자들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스마트홈, 스마트TV, 웨어러블 디스플레이 등에 DLP를 적용하고,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DMD라는 핵심소자를 TI가 생산을 하며, 광원과 이를 전달하기 위한 광학적인 부분 등을 개발하는 전 세계의 에코시스템과 긴밀한 협력을 하며 DLP 개발을 위해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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