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지방법원 배심원단 “삼성전자 4억 달러 배상해야!”

[테크월드=양대규 기자] 삼성전자가 핀펫(FinFET) 기술 특허 침해라는 판결로 카이스트 IP에 4억 달러(약 4400억 원)의 배상금을 지불할 위기에 놓였다. 핀펫은 3차원 입체 구조의 칩설계·구조 기술로 반도체 칩을 더 작고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 핀펫 기술을 통해 단일 트랜지스터에서 3개의 게이트를 열 수 있어, 사이즈를 줄이면서도 성능을 높이고 에너지 소비는 줄일 수 있다. 입체적으로 튀어나온 게이트 모양이 상어지느러미(Fin)처럼 생겨 핀펫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지난 6월 16일(현지시각)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지방법원 배심원단은 삼성전자에 핀펫 특허침해 혐의를 인정하며, 카이스트 IP에 4억 달러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이에 삼성은 즉각 항소 방침을 밝혔다. 특허 침해가 인정되면, 판사는 징벌적 피해로 판단해 배상금을 평결액의 3배인 12억 달러(약 1조3000억 원)로 올릴 가능성도 있다.

핀펫 기술은 이종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가 2001년 개발한 기술로 알려졌다. 그는 핀펫 기술을 개발하고 국외 출원한 뒤, 특허 활용을 위해 카이스트 IP에 특허권을 양도했다. 카이스트 IP는 2016년 핀펫 특허 기술 특허침해 혐의로 삼성전자를 미국 텍사스에 제소했다. 

카이스트IP USA는 초기 소장에서 “삼성이 처음에는 핀펫 기술이 일시적 유행이라며 무시했지만 경쟁사인 인텔이 이 기술을 라이선싱해 자체 제품을 개발하기 시작하자 이런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인텔은 핀펫 기술 사용을 위해 약 100억 원을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배심원단에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대학과 협력했다”며, 특허 침해 혐의는 물론 이 특허의 합법성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삼성전자는 성명서에서 “우리는 항소를 포함, 합법적인 결과를 얻기 위한 모든 옵션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2015년 엑시노스7 옥타코어칩에 처음으로 핀펫 기술을 적용한 뒤, 갤럭시 스마트폰용 엑시노스칩 생산에 사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핀펫 기술이 삼성전자의 주력 휴대폰인 갤럭시폰용 엑시노스 칩 제조 공정의 핵심으로 사용되는 만큼, 특허 침해가 인정되면 삼성전자에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본다.

한편, 핀펫 기술을 적용 중인 퀄컴과 글로벌파운드리, TSMC 등도 이번 재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퀄컴은 삼성전자와 함께 방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팹리스 휴대폰칩 회사인 퀄컴은 삼성전자와 글로벌파운드리의 핀펫 반도체 생산공정을 이용하고 있다. 이밖에도 미국 애플의 한국 법인 애플코리아도 3월 30일 국내에서 핀펫 특허 무효 심판을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핀펫 기술이 자사 임직원이 만든 자체 기술’이라는 주장에, 카이스트 IP의 강인규 대표는 6월 20일 MBC 라디오 ‘이범의 시선집중’에서 “삼성전자가 우리와 특허기술에 대해 협상할 때 인텔이 지불한 금액의 100분의 1 정도만 지불할 수 있다고 했다”며, “삼성전자 자체 기술이라면 4~5년간 우리와 협상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배심원의 평결 결과로서 최종 판결이 아니므로 판사의 최종 판결까지 삼성전자의 입장을 최대한 설명할 예정이다. 향후 항소 등 모든 종류의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며 해당 방송에 서면 답변을 제출했다.

한편, 경북대학교가 이 특허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경북대는 소유권 입증할 증거를 확보해 특허 반환을 요구하기로 했다. 이종호 교수가 경북대 재직 시절 미국과 일본에 특허 출원 시 사용한 비용청구서와 세금계산서 원본을 찾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특허 소유권이 경북대로 바뀌면 소송이 무효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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