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과 효율’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라

[테크월드=양대규 기자] BMW그룹의 히데키 오기하라 이사는 배터리 재팬(Battery Japan) 2018에서 “전기차 시장의 개화와 함께 완성차 업체의 경쟁력이 새롭게 규명되고 있다”며, “과거 완성차 업체의 핵심 경쟁력은 엔진에서 나왔으나, 앞으로 전기차에서는 배터리가 차량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BMW그룹에 따르면, BMW e-Drive 시스템 비용 구조 분석 시 전체 비용의 약 77%가 배터리 부문에서 발생하며, 소재 비용이 전체 비용의 49%를 차지한다. 전기차의 판매가 증가할수록 배터리 시장의 성장은 함께 성장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반면에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려면,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의 가격을 낮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 배터리 업체들은 효율성을 유지하면서 소재 비용을 줄이는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BMW 전기차 i3와 LIB (출처: BMW)

전기차가 끌고 ESS가 미는 배터리 시장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소형 전지의 보급이 확산되며 리튬이온배터리(Llithium Ion Battery, LIB)로 대표되는 배터리(이차전지) 시장은 급격히 성장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폰의 보급이 한계에 달하면서 배터리 업체들은 중대형 배터리 시장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전기차 배터리와 ESS(Energy Storage System, 에너지저장장치)가 차세대 배터리 시장의 주류로 떠오른 것이다.

독일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 이후,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각국 정부는 디젤 자동차를 비롯한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의 퇴출을 예고하고 있다. 전기차 보급을 촉진시킨 디젤게이트는 ESS 시장의 변화도 함께 이끌었다.

전기차 시장에서 배터리 가격의 하락은 전기차 판매의 성장을 견인하고, 이는 다시 배터리 시장 규모의 성장으로 돌아온다. 배터리 생산 규모가 확대되며 낮아진 생산 단가는 ESS의 비용도 함께 낮춰 시장 도입을 빠르게 이끌었다. 또한, ESS 기술의 발전은 산업·상업·생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력 솔루션의 새로운 역할을 함께 요구했다.

전기차 배터리

전기차 제조 단가의 48%가 배터리

2016년 기준 전기차 제조단가 중 배터리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48%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전기차의 보급이 확산될수록, 배터리 시장의 성장세는 비례해서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017년 약 100만대의 전기차가 보급됐으며 이는 2016년 약 75만대보다 약 33% 성장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 역시 2017년 59.5GWh의 배터리가 출하되면서, 2016년 43.4GWh 대비 37% 성장했다. 2018년에는 전기차 보급이 150만 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이로써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 전기차 판매량은 신차 판매량의 약 1%에 불가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2025년까지 신차 수요의 9%까지 증가할 것으로 분석한다. 이는 전 세계 각국이 친환경 정책을 통해 전기차의 수요를 높이고 있으며, 특히 전기차에 집중하고 있는 중국이 전 세계 전기차 수요의 절반까지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각국 정부 정책이 구매 보조금 등의 구매 촉진 지원이었다면, 앞으로는 완성차 업체에 할달량을 매겨 부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된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전기차 시장인 중국의 경우 2019년부터 자동차 생산량 중 10%를 신재생에너지차(New Energy Vehicle)로 달성해야 하는 NEV 크레딧 제도를 시행한다. 완성차 업체는 2020년까지 12%를 달성해야하고, 달성 못 한 업체는 초과 달성한 업체에게 크레딧을 구매해야 한다.

미국은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10여 개 주에서 ZEV(Zero Emission Vehicle) 제도를 통해 신재생에너지차량의 판매 비중을 2021년부터 8%로 올리는 것을 강제한다. EU에서는 2021년부터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를 강화해 27% 이상 낮출 예정이다. 또한, 2040년까지 일부 유럽국가들은 내연기관 차량 판매 금지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대만은 2040년까지 모든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대만은 2030년까지 공공기관용 전용차량과 버스를 전면 전기차로 바꾸고, 2035년에는 스쿠터, 2040년에는 모든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금지한다는 것이다. 대만 정부에 따르면 2050년에는 모든 내연기관 차량이 퇴출될 것으로 전망한다.

전 세계 완성차 업체들은 각국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따라 전기차 시장의 선점을 위해 각각의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표1]

[표1]기업별 전기차 로드맵 (자료: 블룸버그, 유진투자증권)

폭스바겐 마티아스 뮐러(Matthias Müller) 최고경영자(CEO)는 2018년 3월 13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2025년까지 전기차 판매량을 300만대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2017년 폭스바겐의 자동차 판매량 1053만 대의 30% 수준이다. 폭스바겐은 이를 위해 최소한 16개의 전기차 라인을 신설하고, 500억 유로를 배터리 부문에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 CATL, 삼성SDI, LG화학이 배터리를 공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키움증권 김지산 연구원은 “CATL은 중국 판매 모델을 고려한 2차적 선택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파나소닉은 테슬라에 집중하느라 다른 대형 고객에 대한 공급 능력이 제한적이다. 국내 양사가 폭스바겐 전기차의 배터리 공급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폭스바겐은 배터리 공급사들과 200억 유로(약 26조 원)의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폭스바겐의 전기 승용차 판매량은 240만 대로 1위를 차지할 전망이다. 이어 르노가 210만 대, 현대기아차·테슬라 각각 110만 대, 토요타 100만 대, GM·BYD 각각 90만 대순으로 예측한다.

김지산 연구원은 “폭스바겐은 지난해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14%를 차지해 BMW 18%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며, “폭스바겐은 현재 전기차 라인업이 PHEV 중심으로 BEV 비중이 2016년 22%에 그쳤지만, 2025년에는 80%로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폭스바겐의 전기차 배터리 (출처: 폭스바겐)

앞서 2017년 11월 15일 GM 은 5년간 총 21개의 신규 전기차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GM에서 생산하는 BEV 는 현재 볼트(Bolt) 하나뿐이다. 볼트는 연간 약 3만 대 규모로 생산 중인데, GM은 2026년까지 전기차의 판매 대수를 약 100만 대까지 확대시킬 계획이다. 또한, GM은 배터리 셀 비용을 현재 KWh당 145달러에서 4년 안에 100달러 수준까지 약 30% 줄이겠다고 밝혔다. 셀 비용 부담을 줄여, 전기차 판매를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9월 SNE리서치는 ‘2017 Korea Advanced Battery Conference’에서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의 성장을 전망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16년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설비 규모는 97GWh였지만 수요는 48GWh에 불과해 공급 과잉률이 102% 수준으로 나타났다. 2017~2018년 배터리 생산 업체들의 증설 투자에 따라, 비율이 155% 이상으로 2016년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상황은 2020년부터 반영되며, 2023년에 들어서면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설비투자는 줄고, 수요는 연간 30%씩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는 이유다.

'배터리 재팬 2018'에서 소개된 파나소닉의 가정용 ESS

ESS, 2020년 20.4GWh까지 성장…현재의 4배 이상

전기차에 이어 배터리 산업의 성장을 견인하는 또 다른 동력은 바로 ESS다. ESS는 생산된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하는 장치다. 특히, 리튬이온전지(LIB)는 에너지 밀도와 효율이 높고, 모바일과 전기차용 생산 규모 확대로 원가가 하락하고 있어 ESS의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파리 기후변화협약이 발효되면서 한국을 포함한 195개 당사국은 온실가스를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배출량 규제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기존의 전력망에 정보통신기술(ICT)이 접목된 스마트그리드 구축이 확산됨에 따라 전통적인 에너지 공급과 소비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난다. 과거에는 막대한 비용 문제로 전기 에너지를 저장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으나 최근 ESS 기술의 발전으로 전력의 저장이 쉬워지며, 전력생산과 공급 방식에 획기적으로 변화가 나타났다.

하나금융그룹은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와 전력 효율화 니즈 증가로 ESS에 대한 구조적 수요가 증가했다. 공급 측면에서는 폭스바겐 디젤 사태 이후 전기차 배터리 투자가 급격히 증가하며, 동일 생산 라인에서 제조 가능한 ESS 단가가 가파르게 하락했다”며, “수요-공급의 동력이 함께 상승 작용을 일으켜 글로벌 ESS 시장 성장을 이끌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8 스마트 그리드 엑스포'에서 소개된 LS산전의 ESS 시스템

글로벌 ESS 시장 규모는 2015년 1.7GWh에서 2017년 4.9GWh로 가파른 성장이 지속된다. 2018년 역시 8.4GWh~9.1GWh 수준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되며, 2020년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4GWh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ESS 시장은 크게 전력용, 상업용, 가정용, 통신용, UPS(Uninterruptible Power Supply, 무정전전원 공급장치) 시장으로 구분된다. 전력용 리튬이온전지 ESS 시장은 2016년 1.2GWh에서 2025년 37GWh로 연평균 4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재생에너지 확산과 ESS 보급 정책에 따른 예측이다. 상업용 리튬이온전지 ESS 시장은 2016년 0.2GWh에서 2025년 10.8GWh로 연평균 57% 성장할 전망이다.

키움증권 김지산 연구원은 “북미는 높은 전기요금과 이를 상쇄할 수 있는 보조금을 바탕으로 경제성에 기반한 상업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캘리포니아 주가 자가발전 인센티브 제도(Self Generation Incentive Program, SGIP)를 2021년까지 유지할 계획이고, 뉴욕주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은 ESS 특례 요금제 도입 후 에너지 다소비 사업장을 중심으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표2] 용도에 따른 ESS의 성장

가정용 리튬이온전지 ESS 시장은 2016년 0.4GWh에서 25년 15.5GWh로 연평균 49%, 통신·UPS용 ESS 시장은 2016년 10GWh에서 2025년 35GWh로 연평균 15% 성장할 전망이다. 현재 통신·UPS용 시장은 납축전지가 90% 이상 차지하고 있지만 LIB의 성능 향상과 가격 하락 등으로 데이터센터 시장을 중심으로 LIB로 전환되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경우 약 1시간 정도 가동 중단 시 최소 15억 원 이상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UPS의 성능이 크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난 3월 9일 삼성전자 평택사업장에서 약 30분간 전력공급이 중단돼, 공장가동이 차질을 빚는 일이 발생했다. 삼성전자 DS부문장 김기남 사장은 당시 정전사고 피해 규모가 약 500억 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전력공급 솔루션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했다면, 손해를 보지 않거나 최소화했을 가능성이 컸다.

2018년 LIB ESS 시장은 급격한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보다 73% 성장한 8.3GWh로 분석된다. 금액으로는 20억 달러의 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김지산 연구원은 “시장조사 주체에 따라 올해 시장 규모를 9.3GWh까지 추정한다”며, “전망치가 상향되고 있고, 원인은 특히 한국 시장의 수요 강세에 있다. 올해 한국 시장은 상업용과 전력용 수요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2배 이상인 2.5GWh로 커질 것이고, 글로벌 시장의 30%가량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ESS 배터리의 단가 하락에 따라, ESS 시장의 성장세는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10년 KWh 당 1100달러 수준이었던 ESS 배터리 단가는 2017년 기준 297달러로 약 27%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투자가 급격히 증가하며, 같은 CAPA에서 생산 가능한 ESS의 제조 단가가 함께 하락했기 때문이다. 2022년까지 매년 평균 10% 수준의 단가 하락과 글로벌 CAPA 증가세를 감안해 2022년에는 약 8조 원 규모의 글로벌 ESS 배터리 시장이 형성될 전망이다.

※ 본 기사는 <배터리 재료 전쟁, 경제성과 효율성 사이에서 ②>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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