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삼성전자, SK텔레콤, KT 양자 컴퓨터, 양자통신 개발 시작

[테크월드=이나리 기자] 최근 양자컴퓨터(Quantum Computer)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전세계적으로 기술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IBM, 인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여러 기업을 시작으로 한국기업인 삼성전자, SK텔레콤, KT도 개발에 뛰어들었으며, 유럽, 중국, 일본 기업까지 연구개발에 가세했다. 양자 컴퓨터의 상용화가 머지 않아 보인다.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잡지 ‘네이처(Nature)’를 비롯한 유수 연구기관, 그리고 글로벌 미디어가 발표한 ‘2017 IT 개발 동향’ 보고서는 하나같이 양자컴퓨터를 ‘2017년을 이끌어갈 주요 기술’ 중 하나로 꼽았다. 또 한국 정부는 국정 운영 5개년 계획 중 '과학기술 발전이 선도하는 4차 산업혁명' 과제에 양자컴퓨터를 포함시켰다. 

미국 환경청(EPA)의 연구 프로그램 ‘홈랜드 시큐리티 리서치(Homeland Security Research)’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양자컴퓨터(와 관련 서비스) 시장 규모는 84억 5000만 달러(약 9조6500억 원)에 이른다. 이중 정부 주도의 관련 기술 연구∙개발(R&D) 기금 규모는 22억 5000만 달러(약 2조 5700억 원) 수준이다.

양자컴퓨터는 슈퍼컴퓨터 성능의 1억배 이상에 달하는 초고성능 컴퓨터로, 인공지능(AI) 분야 기술 응용과 교통정체 문제 해소부터 신약 개발에까지 전분야에 발전을 이끌 차세대 컴퓨터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컴퓨터가 0 또는 1의 비트(Bit)로 구성된 이분법으로 연산하는 것과 달리 양자컴퓨터는 0과 1을 동시에 지니는 큐비트(Qbit)로 연산을 병렬 처리함으로써 빠른 속도를 구현한다.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면 현존하는 슈퍼 컴퓨터를 압도할 것으로 점쳐진다. 또 양자 암호체계는 제3자가 관찰을 시도하게 되는 경우 원래의 정보가 변하기에 매우 안전한 암호기술이 된다. 

IBM의 양자컴퓨팅 개발 이니셔티브 'IBM Q' 

◇ 선두주자 : IBM, 인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양자컴퓨터의 발판은 캐나다의 디웨이브(D-Wave)가 2011년 양자컴퓨터의 초기 단계인 ‘D-Wave 1’에 이어 2013년 ‘D-Wave 2’를 개발했고, 구글과 미항공우주국(NASA)에 판매하며 시작됐다. 그러나 이는 업계에서 이론적으로 말하는 양자컴퓨터와 기술적으로 차이가나 아직까지는 상용 양자 컴퓨터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IBM은 양자컴퓨터 기술 개발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기업이다. IBM은 2016년 양자 프로세서에서 프로그래밍과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는 '퀀텀 익스피리언스'를 공개했고, 2017년 5월 클라우드, 상업용 프로토타입 17큐 비트 양자컴퓨터 프로세서를 공개했다. 

2017년 12월 IBM은 12월 글로벌 기업 12곳과 협업해 양자컴퓨터 기술 개발에 나선다고 밝혔다. IBM의 양자 컴퓨터의 공동 연구에는 삼성전자와 자동차 제조업체 혼다와 다임러가 참가하고, 파트너로는 JP모건체이스와 바클레이스 은행, 일본의 JSR, 나가세산업, 히타치 금속 등이 참가한다. 또 IBM은 양자컴퓨팅 개발 이니셔티브를 ‘IBM Q’라 이름 붙이고 공동 연구 대학들 내부에 기술 개발 허브를 설립할 계획을 밝혔다. IBM은 50큐비트 양자컴퓨터 프로세서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텔은 2017년 10월 양자 컴퓨팅을 위한 17큐비트 칩을 공개했다. 연이어 인텔은 2018년 1월 9일 개최된 ‘CES 2018’에서 처리 용량이 세배에 가까운 49큐비트 칩(코드명: 탱글 레이크)을 공개했고, 이 칩을 연구개발 파트너사인 큐테크(QuTech)에 공급했다고 밝혔다. 브라이언 크르자니치(Brain Krzanich) 인텔 최고 경영자(CEO)는 “이번 49큐비트 칩은 궁극적인 병렬 프로세싱으로 전례 없이 빠른 데이터 처리 속도를 제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양자컴퓨터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퍼 컴퓨터를 월등히 넘어서도록 할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양자컴퓨터에 최적화된 새로운 프로그래밍 언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연례 컨퍼런스인 ‘이그나이트 2017’에서 밝혔다. 이 프로그래밍 언어는 비주얼 스튜디오(Visual Studio)와 연동을 통해 개발자들이 디버깅이나 기타 지원을 온프레미스나 클라우드 환경에서 구동할 수 있는 최첨단 시뮬레이터를 제공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7년 12월 양자컴퓨터 특화 언어인 ‘큐샵(Q#)’이 포함된 퀀텀 개발 키트를 베타로 공개했다. 

인텔, 양자 컴퓨팅을 위한 17큐비트 칩


◇ 후발주자 : 일본, 한국, 중국

NEC, 후지쓰, NTT 등 일본기업도 양자컴퓨터 연구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NEC는 양자컴퓨터의 '두뇌'에 해당하는 기초회로를 내년 3월에 끝나는 2018회계연도까지 개발하고 수십억 엔을 투자해 이르면 2023년도에 실용화를 목표로 한다. 후지쓰는 양자컴퓨터 관련 기술에 2020년도까지 500억 엔을 투자할 계획이며, 캐나다 토론토대학에 인력을 파견하는 등 기초연구를 진행하고 캐나다 양자컴퓨터용 소프트웨어 업체와 자본제휴도 한다. NTT는 빛의 양자 현상을 활용한 양자컴퓨터 시험제작기를 2017년 11월부터 무상으로 제공했고, 현재 4천 양자비트인 성능을 향후 10만 양자비트로 높일 방침이다.

한국도 뒤늦게 양자컴퓨터 개발에 한창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삼성전자는 2017년부터 IBM의 양자컴퓨터 공동 연구에 참여하고 있으며, 2017년 9월부터 해외 대학 연구진에 연 최고 10만달러(약 1억 1000만 원)를 지원하며 양자컴퓨터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SK텔레콤은 2017년 7월 양자난수생성 칩 시제품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양자난수생성기(QRNG, Quantum Random Number Generator)는 양자의 특성을 이용해 예측이 불가능하고 패턴이 없는 ‘순수 난수(True Random Number)’를 지속적으로 만들어주는 장치다. 이를 이용하면 보다 안전한 암호를 만들 수 있다. 금융 서비스를 위해 사용 중인 OTP, 공인인증서 등이 기존 암호체계를 활용 중인 대표 사례이며, 양자 난수가 적용되면 보안 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

SK텔레콤, 양자난수생성 칩

KT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공동으로 수원 한국나노기술원에 양자통신 응용연구센터를 2017년 6월 설립했다. KIST가 운영하는 양자정보연구단이 공동 연구에 합류한다. KT와 KIST는 양자암호통신 상용 기술 확보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중국은 SK텔레콤과 KT가 주력하고 있는 양자 통신의 실험을 일찌감치 성공했다. 지난 1월 19일 국제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중국은 수도 베이징에서 7천600㎞ 떨어진 오스트리아 빈까지 대륙 간 무선 양자통신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2017년 9월 베이징에서 산둥성 지난(濟南)과 안후이(安徽)성 허페이(合肥)를 거쳐 상하이를 연결하는 2천㎞ 거리의 세계 최장 양자통신 네트워크에 성공한 바 있다. 또 중국은 세계 최대 양자연구소를 지어 연구 결과물을 군사 분야에 응용할 계획을 밝혔다.

이제 막 불이 붙은 양자컴퓨터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단기간의 고난도 기술 개발이 숙제다. 업계에서는 양자 산업 후발 주자인 우리나라가 선진국을 따라잡고 일등 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필수라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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