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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와 사람과 도로가 하나로, V2I ⑤

기사승인 2017.11.17  10:3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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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NC=정환용 기자] 교통 상황 하나를 예로 들어보자. 편도 3차선의 고속도로에서 앞차 A의 급정거로 인한 뒷차 B와의 추돌사고가 벌어지기 1초 전이다. 운전자는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지만, 현재 속도와 차량의 제동 능력을 벗어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가벼운 추돌이 발생한다. B의 운전자는 보험료 할증과 급제동에 대한 원망 등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맴돈다.

모든 차량에 3단계 자율주행 시스템이 적용돼 있다면 어떨까? B의 비전 인식 시스템이 A의 갑작스런 감속과 B의 운전자 반응속도, 차량의 제동 능력 등을 판단해, 현재의 주행 상태에선 추돌을 피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낸다. B의 자동화 시스템은 운전자에게 추돌 위험을 경고하고, 뒷차와의 거리를 감안해 속도를 낮추는 것과 옆 차선으로 급히 이동하는 것 중 어떤 기동이 더 안전할지 판단해 운전자에게 알려준다. A의 자동화 시스템은 운전자에게 급격한 감속에 대한 주의를 주고, A 차량과 교통 흐름이 원래대로 회복되도록 주행 가이드를 제공한다.

현재의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 개발 속도를 감안할 때, 이 같은 상황에 필요한 기술은 2022년 이전에는 실현되기 어렵다. 무엇보다 상황이 발생했을 때 자동차에 주어진 시간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이는 곧 상황 발생과 해결 사이의 시간은 1초 이내로 무척 짧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차량 한 대에만 지능형 시스템이 적용되는 것으로는 어렵고, 적어도 대부분, 웬만하면 거의 모든 차량에 같은 수준의 ADAS가 탑재됐을 때 가능해지는 일이다.

주행 중 앞차가 속도를 급하게 줄이거나 급제동을 했다는 것은 일반적인 주행 상황을 벗어났다는 뜻이다. 안전거리를 유지했다면 앞차만큼 급하게 행동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아쉽게도 국내 교통상황은 100m의 안전거리를 유지할 만큼 여유롭지 못하다. 심지어 고속 주행이 아니라 심하게 정체된 도로 상황에서도 사고는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ADAS의 목적은 운전에 편의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을 더하는 것으로 보는 이유 중 하나다.

앞서 설명한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사고 발생을 막기 위해 필요한 부가기술이 차량과 차량을 연결하는 V2V(Vehicle to Vehicle), 차량과 도로의 인프라를 연결하는 V2I(Vehicle to Infrastructure) 기술이다. 이 상황을 안전하게 해결하기 위해 ADAS가 수행해야 하는 작업, 그리고 그 작업에 필요한 기술에 대해 알아보자.

특히 앞차의 뒷모습이 이렇게 생겼다면, ADAS는 더욱 완벽해야 한다.

0단계 - 주행상황 판단
C-ITS Cooperative-Intelligent Transport System

완전 자율주행의 전 단계 ADAS가 적용돼 있다면, 주행 중 주변 교통상황을 실시간으로 수집, 처리하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사고가 발생할 여지는 무척 적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통사고는 돌발적으로 일어난다는 점을 감안하고, 모든 차량에 같은 수준의 자동화 시스템이 적용되는 것은 먼 훗날의 일이다.

때문에 ADAS의 도움을 받는다 해도 차량의 제어는 결국 운전자의 판단에 달려 있다. 일반적인 주행 상태에서의 자율주행 자동차는 텔레매틱스(Telematics, Telecommunication + Informatics) 기술을 탑재해, 목적지까지의 경로(내비게이션), 현재 주행 중인 도로의 교통정보(V2I), 주변 차량의 주행 정보(V2V) 등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 처리한다. 이는 고속
도로뿐만 아니라 국도와 지방도, 아파트단지 내 도로에서도 그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이는 버스정류장의 버스 도착 안내, 내비게이션의 실시간 교통정보 안내, 하이패스 등 지금도 폭넓게 사용되고 있는 지능형 교통 시스템(Intelligent Transport System, ITS)과 상통한다. 그리고 ITS의 확장 개념으로 자동차가 주행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받는 것을 C-ITS라 한다.

내비게이션을 예로 들면, C-ITS는 목적지까지의 경로를 찾는 것에 더해 실시간 교통정보를 수신해 가장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게 해준다. 현재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을 때, 전방 5km 지점에서 사고가 발생해 정체가 예상되는 정보를 수신하고, 그 앞의 IC에서 빠져나가 목적지에 도착하는 다른 길을 찾아 보여준다. 이는 돌발적인 상황을 빠져나오기 위한 솔루션이 아니라, 자동차가 송·수신하는 정보 중 운전자에게 필요한 정보만을 추려 제공하는 정보 분석·처리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내비게이션 기기, 앱 등의 서비스는 GPS, 통신망 등을 이용해 사용자의 위치를 파악하고 정보를 제공한다. GPS는 오차 범위가 10m 정도로 큰 편인데, 붙어 있는 도로를 달릴 때 정확한 위치를 표시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현재 위성이 송신하는 전파를 직접 받지 않고 지역 기준국, 중앙처리국, 정지궤도위성을 거쳐 수신하는 기술이 개발 중으로, 이것이 활성화되면 오차 범위가 3m 이하로 줄어든다. 여기에 모바일 기기의 통신망을 결합하면 오차 범위가 20cm까지 좁아져, 몇 번째 차선에 있는지도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게 된다.

운행 중 정보 수집은 전방 뿐 아니라 측면과 후방 등 여러 방면에서 얻을 수 있다. 수집과 동시에 필요한 정보를 분석하고 다른 차량에 공유할 수 있는 정보를 서버에 전송하면, 다른 자동차가 필요한 정보를 수집해 활용하게 된다. 모든 자동차가 이런 작업을 수행하게 되면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발생한다. 이 중 가치가 높은 데이터를 선별, 분석하는 기술과 함께 빠르게 공유할 수 있는 초고속 통신망 기술까지 갖춰져야 진정한 자율주행 시스템이 구현된다.

 

1단계 - 급변한 상황 인지, 경고
비전 인식, FCWS Forward Collision Warning System, 전방차량 추돌 경보

100km/h로 주행 중인 자동차는 1초에 약 28m를 주행한다. 앞차의 감속에 따라 이 거리가 0이 되는 것은 그야말로 순식간인데, ADAS는 이 시간을 0초로 만들지 않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실제로 고속도로 주행에서 앞차와 안전거리를 100m 유지하는 경우는, 교통량이 적은 심야나 새벽시간 외에는 별로 없다. 80km/h 속도로 달리는 국도에선 그 거리가 더 짧은데, 속도 대비 안전거리가 고속도로보다 더 짧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속도로보다 국도에서 교통사고가 더 잦은 이유 중 하나다. 안전거리를 규정대로 지키기 어려울 때, ADAS의 도움을 받으면 운전자가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을 단 0.1초라도 더 벌 수 있게 된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주행 관련 정보의 대부분을 클라우드에서 얻게 된다. 하지만 이런 돌발 상황에서의 대처는 통신망이 아무리 빠르다 해도 자체 플랫폼에서 처리하는 것보다는 느리다. 추후 자율주행 자동차의 컴퓨팅 시스템은, 일반적인 상황과 돌발적인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에 따라 여러 가지로 구분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대중교통에 의무 장착이 지원되고 있는 ADAS는 전방차량 추돌 경보와 차선이탈 방지 등 2가지다. 이는 자기 차량과 앞차와의 거리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며, 속도 대비 안전거리를 계산해 운전자에게 알려준다. 대부분의 FCWS는 차량 전방에 부착된 센서에서 적외선이나 초음파를 이용해 앞차와의 거리를 계산한다. 이스라엘의 모빌아이 ADAS의 경우, 신호의 송수신에 더해 영상 인식 기술로 자기 차량의 속도와 앞차의 속도 변화를 감지해, 앞차와의 거리를 시간으로 표시해 준다. 가령 앞차의 속도가 90km/h, 내 차의 속도가 100km/h로 주행하고 있을 때, 몇 초 후면 앞차와 충돌하는지 알려주는 것이다.

단지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앞차가 갑자기 속도를 줄이거나 제동을 했을 때도 ADAS가 반응해야 한다. 모빌아이의 영상 인식 시스템은 앞차의 차종과 크기 등을 함께 고려해 속도와 거리, 추돌 정보를 파악한다. 만약 앞차가 갑자기 속도를 줄인다면, ADAS의 목적은 안전거리와 속도 유지에서 추돌 방지로 전환된다. 가속, 제동 등 자동차의 기동까지 제어할 수 있는 완성형 ADAS가 아니라면, 운전자가 상황을 판단하고 즉시 움직일 수 있도록 최대한 빠르게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2단계 - 사고 발생과 회피 가능성 계산
V2V, V2I, 빅데이터

앞차가 급감속이나 급제동을 걸어 내 차와의 거리가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하는 순간은, 자동차 간의 통신이 이뤄졌을 때 더 빨리 파악할 수 있다. 자동차 한 대의 ADAS 센서가 수집하는 정보와 앞차의 센서가 수집한 정보를 결합하는 것이다. 그래서 급제동으로 추돌을 피할 수 있는지, 제동보다는 현재 속도로 비어 있는 옆 차선으로 옮겨야 할지 판단해야 한다.

운전자가 이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레이서가 아닌 이상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가장 옳은 선택을 하고 실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제어 시스템의 목적은 사후처리가 아니라 예방이다. ADAS의 목적도 같다. 사고를 방지하고 운전자와 탑승자를 보호하는 것이 ADAS의 최종 목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리고 자동차 자체의 ADAS 기능에 더해 차량과 차량, 차량과 인프라 간의 통신으로 수집한 정보를 분석하면 더 정확한 판단이 가능해진다.

이 시점에서의 데이터 송·수신의 가치는 시간에 따라 급격하게 달라진다. 어떤 무선 통신기술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분석 시간이 좌우되는데, 다른 단계와 달리 본 단계에서의 분석 시간은 무조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Wi-Fi, 블루투스, 4G, 근거리무선통신(Dedicated Short Range Communications, DSRC) 등 상용화된 무선통신 기술들이 다양하게 조합·연구되고 있다. 기존의 통신 기술 기반에서 자동차 전용 통신망을 별도로 분리·운영할 수 있다면, 송수신 속도 개선을 통해 분석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앞당기는 것이 관건이 될 듯하다.

앞차가 별안간 브레이크를 밟는 순간부터 ADAS는 분석에 들어간다. 분석의 대상은 본 차량과 앞차 2대다. 내 차와 앞차의 속도와 차간 거리, 앞차의 제동으로 인한 거리의 감소와 추돌까지의 예상 시간을 파악해, 해당 상황에 대한 데이터에서 가능한 해결책을 찾는다. 현재의 상황과 연관이 있는 기존의 사례를 찾아내 분석하고, 어떤 행동을 취해야 사고를 막을 수 있는지 찾아내는 것이 본 단계에 주어진 최대 0.1초간 ADAS가 해야 할 일이다.

엔비디아가 개발하고 있는 자율주행 플랫폼 ‘드라이브 PX’(Drive PX) 시리즈는 데이터를 발생시키는 각종 센서들로부터 수집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자동차 컴퓨팅 플랫폼이다.

 

3단계 - 회피 가능 판단 → 정보 제공, 기동
자동 비상제동, AEBS Auto Emergency Break System

2단계 ‘판단’에 걸리는 시간은 최종적으로는 0.1초보다 빨라야 한다. 운전자가 빠르게 인식할 수 있도록 ADAS가 제공해야 하는 정보는 현재 내 자동차의 속도와 앞차와의 거리다. 앞차와의 거리가 얼마나 빨리 줄어드는지, 혹은 운전자가 몇 초 내에 반응해야 하는지 등의 세부 정보는 제공될 필요가 없다. 3단계까지 왔을 때 운전자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고작 0.9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사실 2단계까지의 작업이 0.1초 만에 완료되고 운전자에 통보하고 나서도, 남은 시간이 0.9초라면 조건에 따라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 대한교통학회의 연구에 따르면, 앞차량이 급정지를 했을 때의 운전자의 인지반응시간이 연령대에 따라 조금씩 달리 나타났다. 20~30대는 평균 1.3초, 50대는 2.1초 정도가 평균 반응시간으로 나타났는데, 이 연구결과는 운전자에게 적어도 2초 이상의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사고를 인지하고서라도 피할 수는 없다는 것을 나타낸다.

ADAS의 기능 중 하나인 자동비상제동 시스템이 여기서 빛을 발한다. 이전 단계는 운전자에게 제동하라고 알려주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AEBS는 알림과 동시에 자동차 스스로 추돌 방지를 위해 제동을 건다. 이는 현재에도 대중교통에 의무 적용사항이 됐고, 차로이탈경고장치(LDWS)를 포함해 3.5톤 이상의 화물차, 특수차와 모든 승합차에도 장착해야 한다.

 

4단계 - 상황 해결, 진단
클라우드, 빅데이터

상황이 종료됐다고 해서 상황이 발생하기 전처럼 곧장 정상화되진 않는다. 도로의 흐름에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없었던 상황이라면, 추가로 취해야 할 후속 대처가 필요할 수도 있다. 차량이 완전히 멈추면서 상황이 해소됐다면 추가 사고를 면하기 위해 곧장 다음 행동을 취해야 한다. ADAS의 역할은 자동차의 시동이 꺼질 때까지 멈추지 않고, 후속 행동에 대한 가이드도 제공해야 한다.

상황이 해결된 뒤의 가장 중요한 작업은 피드백이다. 내 차와 앞차의 속도, 차간 거리, 돌발
상황의 발생 인지와 분석, 솔루션 제공과 그에 대한 결과까지를 한 건의 사례로 정리해 분석해야 한다.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는 도로 위에서는 사례가 쌓이는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된다. 이 데이터는 돌발 상황에서의 대처처럼 일각을 다투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분석에 좀 더 시간을 들일 수 있다.

ADAS가 해당 상황을 한 건의 사례로 정리해 다른 자동차와 공유하면, 비슷한 상황에 처한 다른 자동차는 상황 인지와 대처에 소요되는 시간을 더 짧게 줄일 수 있다. 이는 블랙박스처럼 데이터를 직접 옮기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가 초고속 네트워크에 연결돼 각종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분석할 때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

정환용 기자 hyjeong@epn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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