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와 기술과 사람의 연결, 산업 사물인터넷 ①

[테크월드=정환용 기자] 3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디지털화’(Digitize)였다. 본격적으로 화석연료를 과용하기 시작하며 기술의 발전과 환경에 대한 대척점이 생겼고, 사람들은 ‘속도’보다 ‘효율’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계산기가 주판의 자리를 차지하듯 농사부터 서비스업까지 모든 산업이 디지털화됐고, 정보기술의 중요성이 대두되며 산업은 점점 똑똑해져갔다.

정보의 수집이 한계에 다다를 무렵, 이 한계점을 돌파할 수 있는 솔루션 중 하나로 ‘연결’이 떠올랐다. 사물 하나가 그러모으는 정보는 제한적이지만, 이 정보를 합칠 수 있다면 그 제한이 풀리게 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사물과 사물을 연결해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더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개념으로 만들어진 것이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이다.

현재까지의 IoT는 모든 사물을 연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핵심이었다. 앞으로는 이 가능성을 넘어 모든 사물을 연결시킬 수 있는 솔루션이 핵심이 된다. 생산 라인이 갑자기 느려져도 어디에 문제가 생겼는지 곧장 파악할 수 있는 공장, 하자가 있는 생산 제품의 재고를 실시간으로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창고, 그리고 지난주에 납품된 제품이 어느 매장에서 누구에게 판매됐는지 알 수 있는 물류시스템까지. IoT가 적용된 산업(Industrial IoT, IIoT)의 효율과 효과는 생각보다 거대하다.

 

Part 1. IoT가 산업에 적용되는 길
Part 2. 2017 사물인터넷 국제박람회
Part 3. IIoT의 완성은 ‘조합’, 업체 인터뷰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기기가 똑똑해지면서 IoT의 활용 가능성은 급격히 확장됐다. 단지 스마트폰으로 모든 사물을 연결할 수 있다는 2차원적 개념보다는, 기기에서 만들어지는 정보를 한 곳으로 수집할 수 있다는 것이 요점이다. 범용 기기가 아니더라도 정보를 생성·공유하고, 이를 활용 가능한 정보로 취합하는 것은 IoT 기술의 핵심이 됐다. 처음에는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전부였던 단방향 통신에서, 지금은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제공받는 것도 가능해졌다. 이는 잠자리에서 눈을 뜰 때부터 다시 잠자리에 들 때까지 인간이 사용하는 모든 것을 네트워크를 통해 하나로 통합할 수 있게 됐다는 걸 의미한다.

아기들이 먹는 분유를 제조하는 기업의 공장 제조과정을 예로 들자. 이미 자동화 공정이 적용된 공장은 충분한 생산량과 생산속도를 낼 수 있는데, IoT를 적용한다고 해서 크게 바뀌는 부분이 있을까? 분유를 담을 캔을 만드는 과정부터 완성된 분유통이 엄마들의 손에 들어가기까지의 과정은, IoT를 적용하기 전과 후가 크게 다르지 않다. 공장 등의 산업에 적용되는 IoT가 실제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해당 과정의 최종 도착지보다는 과정 전체에 있기 때문이다.

분유를 생산하는 제조공장에 IoT가 도입되면, 먼저 컨베이어 벨트를 포함한 생산 라인 전체를 모니터링할 수 있다. 제품 이동 라인의 롤러에 문제가 생기면, 해당 라인이나 공정 전체를 중단하고 살펴봐야 했지만, 동작 센서와 모니터링 솔루션이 적용된 라인은 정확히 어떤 라인의 어떤 롤러가 작동하지 않는지 관리자에게 알려준다. 같은 개념으로 관리자가 일일이 찾지 않아도 언제 생산된 제품이 창고의 어느 위치에 적재돼 있는지 금방 찾을 수 있다. 이는 해당 제품이 소비자의 손에 들어가기까지 추적할 수 있어, 문제가 발생했을 때 훨씬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브랜드의 신뢰도와 직결되는 문제를 더 빨리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은 IoT를 도입해야 하는 계기로 충분하다.

 

통신
IIoT의 정의는 간단하다. IoT가 적용된 장소나 집단을 통칭하면 IIoT가 된다. 집안에 적용되면 스마트 홈, 판매점에 적용되면 스마트 스토어, 공장에 연결되면 스마트 팩토리다. 우리는 이미 패스트푸드의 무인결제 시스템에서 스마트 스토어를 체험하고 있고, 통신사 서비스로 1차원적인 스마트 홈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어떤 기술로 사물과 사물을 연결하는지도 중요하지만, 그 연결성을 어떻게 유지하는지도 중요하다. Wi-Fi를 넘어 블루투스, 5G, LoRa와 같은 통신 기술이 부각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무선인터넷(Wireless Fidelity, Wi-Fi)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무선 전송기술 표준 기술 중 하나다. 모바일 기기는 물론 가정용 게임 콘솔, TV, 가전제품, 드론 등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이론상으로 약 200m 거리까지 커버할 수 있다. 2009년 개정된 802.11n이 2.4GHz와 5GHz를 지원해 현재까지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5GHz 주파수 대역만 사용하는 802.11ac가 최대 1.73Gbps 속도까지 지원한다. 현재 속도 향상을 위해 여러 기술들이 추가되고 있고, 후속 기준인 802.11ax가 개발 중에 있다.

 

블루투스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 표준인 블루투스는 Wi-Fi와 같은 2400~2483.5MHz 주파수 대역을 사용한다. 주파수 도약 기술로 1초에 1600번씩 채널을 바꾸며 동작해 잡음이나 혼선을 피해 연결하는 성질을 띠고 있다. Wi-Fi의 2.4GHz와 같은 주파수 범위를 이용하면서 Wi-Fi와의 충돌이 꽤 있고, 2.4GHz 주파수 대역의 포화 상태로 현재는 5.0 버전이 표준이 되고 있다. 기존 버전보다 전송 범위와 속도가 향상됐고, 전력소모는 더 감소해 향후 모바일 기기에서의 폭넓게 적용될 예정이다. 특히 GPS가 인식하지 못하는 실내 측위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5G 통신망
현재의 4G LTE를 이어 차세대 통신망으로 개발 중인 기술. 2015년 말 미국의 버라이즌이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고, 국내에선 SK텔레콤과 KT가 개발에 합류했다. 오는 2018년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시범 적용될 예정이며,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5G의 기술적 속도는 네트워크 속도를 최대 10Gbps(실용 속도는 1/8인 약 1250MB/s)이며, 4G 통신망의 30ms 지연 속도를 1/10 수준까지 낮추는 것이 목표다.

현재의 데이터 전송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데이터의 발생을 감당하기 어려운데, 이 속도가 실현되면 PB 단위로 발생하는 데이터도 처리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된다. 2시간 분량의 영화 한 편을 다운로드받을 때 4G에서 6분이 소요되는 시간을 3.6초로 단축시킬 수 있다.

 

NB-IoT(NarrowBand IoT)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것은 데이터의 전송 속도보다는 적용 범위다. 때문에 데이터의 양을 줄이고서라도 장시간 접속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한데, 이것이 NB-IoT다. 전송 속도는 150kbps 정도로 느리지만 8km 이상의 장거리를 지원할 수 있는 NB-IoT 기술은 IoT 생태계 조성에 필요한 기술 중 하나인데, 전력소비가 적고 적용 범위가 넓으며, 기존의 이동통신망보다 구성이 간편한 점 등이 장점이다.

 

LoRa(Long Range)
NB-IoT가 저전력 광역 기술이라면, LoRa는 같은 목적을 위해 좀 더 고도화된 기술이다. 이론상으로는 배터리 하나로 10년 이상을 유지할 수 있고, 약 14km의 장거리까지 연결할 정도로 범위가 넓어 IoT에 최적화된 기술이라 할 수 있다. 단일 노드에 여러 개의 센서를 연결할 수 있어 적용 범위가 무한에 가깝고, AES128 암호화를 적용해 보안성도 뛰어나다. LoRa 모듈은 별도의 MCU를 포함하지 않고 물리적인 크기가 작아 여러 IoT 기기에 응용하기 수월한 것도 장점이다.

 

데이터 관리: 빅데이터, 애널리틱스
모든 사물이 정보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지금보다 훨씬 빨리, 훨씬 많아진다는 걸 뜻한다. 그리고 정보가 많아진다는 것은 우리가 더 똑똑해진다는 것과는 약간 다르다. 사물이 서로 연결되고 정보를 공유함에 따라 생성되는 데이터는 계속해서 증가하지만, 그 데이터를 더욱 가치 있는 정보로 가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여기서 필요해지는 개념이 빅데이터로,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개념을 넘어서는 거대한 크기의 데이터를 뜻한다. 과거 양보다 질이었던 데이터의 개념이, 지금은 양과 질 모두 중요시 여겨지는 관점으로 바뀌고 있다.

시스코가 2020년에 생성될 데이터의 양을 예측했는데, 인터넷 사용자가 만들어내는 정보는 하루 1.5GB 정도에 불과하지만, IoT가 적용된 병원은 하루 3TB의 정보를 생성한다. 자율주
행 자동차는 4TB, 항공기는 40TB, 그리고 IoT가 적용된 스마트 팩토리는 하루 1PB의 정보
를 만들어낸다. 현재 가장 큰 용량의 HDD가 12TB로, 스마트 팩토리에서 만들어지는 정보를 모으면 12TB 용량의 HDD가 하루에 90여 개가 필요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기업들은 자체 데이터센터 대신 기업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한다.

물론 이 정보들을 모두 필요 데이터로 저장해야 하는 건 아니다. 각종 정보들이 모일 때 이중에서 가치 있는 정보를 걸러 분석하는 것이 필수다. 이 데이터들을 100% 남겨둬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적어도 수집된 정보를 분석할 최소의 여유 공간은 필요하다는 점이다. 데이터센터처럼 어마어마한 용량의 정보를 담아둘 수 있는 시스템도 있지만, 모든 스마트 팩토리에 데이터센터를 배치·운영하는 것은 무리다. 이 정보들을 필요한 정보로 추출, 변환, 분석하는 기술이 빅데이터(BigData)다.

하루에도 수십 TB 발생하는 데이터 중에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것은 그 10%일지 1%일지 알 수 없다. 거대한 데이터 중에서 기업의 가치를 만들 수 있는 데이터를 찾는 것이 빅데이터 기술, 그리고 그 데이터를 좀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애널리틱스다.

빅데이터는 지난 2001년 가트너의 한 애널리스트가 데이터의 급성장에 따른 이슈를 분량, 속도, 다양성 등 3가지로 정의한 바 있다. 이는 데이터의 가치를 얼마나 높일 수 있는지를 볼 수 있는 척도로, 더 많은 양의 데이터 속에서 가치 있는 데이터를 찾고(분량),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의 속도를 빠르게 처리하고(속도),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를 통해 그 완성도를 높이는(다양성) 것이 데이터의 가치를 높이는 관건이다.

지난 2012년 세계 경제 포럼에서는 빅데이터가 첫 번째 떠오르는 기술로 선정됐다. 가트너 역시 과거의 정의를 기존의 3가지에 ‘가변성’을 더해 4가지로 확장·정의하기도 했다. 데이터 분석에 의해 얻은 가치 정보를 좀 더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데이터에 대한 가트너의 확장된 정의다.

수집된 데이터를 가치 있는 것으로 격상시키는 것은 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하는지에 달려 있다.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는 기업의 기본 이념 중 하나인 최소비용 최대효과를 데이터에 적용시킬 때, 데이터 수집보다 의사결정 목표를 먼저 설정하는 로드맵을 가지는 것이 가치 창출에 더 많은 도움이 된다고 언급했다. 딜로이트에 따르면 ▲프로세스 정의와 의사결정 목표 설정 ▲관련 데이터 정의 ▲분석 프레임워크 정의 ▲애널리틱스 구현 ▲지속적 자원 할당 ▲피드백과 인사이트 내재화 등의 과정을 거치면 바람직한 빅데이터 분석 로드맵을 설정할 수 있다. 데이터 분석의 방향을 의사결정 목표에 두면, 분석 결과를 더욱 폭넓게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어떤 데이터가 필요한지, 어떤 분석 과정과 역량이 필요한지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쉽게 말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데이터를 더 효과적으로 찾아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데이터를 더욱 가치 있게 - 머니볼 이론
데이터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은 계속해서 바뀌고 있다. 지난 2011년 개봉된 영화 ‘머니볼’(Moneyball)을 예로 들어보자. 미국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스몰마켓 팀 오클랜드 애슬래틱스에 단장으로 취임한 빌리 빈은, 한정된 예산에서 더 높은 승률을 내기 위해 선수 개개인이 점수를 낼 수 있는 능력보다 팀 전체의 운영에 필요한 능력을 가진 선수들을 조합한다.

빈 단장의 계획은 이렇다. 팀 내 오랜 경력의 스카우터들보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통계 전문가를 신임하고, 선수 자체의 능력보다 경기 데이터를 분석해 시장에서 평가절하돼 있는 선수들을 찾아 영입한다. 기존의 팀 스카우터들은 “우리의 경험보다 통조림 공장의 경비원이 쓴 숫자놀음을 믿느냐”며 반발하지만, 빈 단장은 빌 제임스의 세이버매트릭스 이론을 밀어부친다. 그리고 그 해에 아메리칸 리그 역대 최다인 20연승의 대기록을 달성한다. 비록 팀을 우승으로 이끌어가지는 못했지만, 빈 단장은 하위권에 맴돌던 팀을 머니볼 이론을 적용해 리그 1위까지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2002년 이후에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빌 제임스의 세이버매트릭스 이론은 수학과 통계학을 야구에 접목한 것이다. 야구선수의 기록은 한 해의 전체 기록부터 한 경기의 타석 결과까지 아주 자세하게 기록된다. 선수 한 명의 한 달간의 기록은 한 시즌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어렵지만, 모든 선수의 시즌 전체 기록, 나아가 선수의 누적 기록 모두를 활용하면 선수를 평가할 수 있는 통계자료로서의 가치가 생긴다.

가트너가 언급했던 빅데이터의 이슈에서 데이터의 분량과 다양성, 그리고 추후에 추가된 가변성 모두와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는 예시다(데이터의 수집 속도와 관련해서는 산업 분야 별로 기준점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적용이 안 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적절한 수집과 분석 속도가 조합된 결과로 봐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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