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와 족쇄, 양날의 검

[테크월드=정환용 기자] 개인이 촬영한 콘텐츠를 인터넷으로 공유하는 것은 오래된 얘기다. 수많은 사람들의 ‘흑역사’로 남아 있는 과거의 웹캠 서비스 ‘하두리’부터 지금의 ‘트위치’까지, 개인이 방송을 진행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은 긴장되지만 설레는 일이다. 인터넷 방송은 가끔 취미처럼 하는 사람과 직업으로 여기는 사람이 있는데, 온라인 플랫폼을 제공하는 서비스업체에서 가상화폐 후원금 시스템을 도입해 방송자에게 일정 부분의 수익을 돌려주는 점에 착안한 신종 직업이다. 서비스마다 PD, 크리에이터, 스트리머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데, 국내에선 BJ(Broadcasting Jockey)란 호칭이 가장 친근하다.

자유한국당 박맹우 의원을 포함한 10명의 의원이 인터넷 개인방송에 칼을 들이밀었다. 지난 8월 30일 박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따르면, 인터넷 개인방송 사업자를 특수유형부가통신사업자로 규정해, 기존의 신고제를 등록제로 바꾸겠다는 것이 요지다. 그리고 해당 사업자에게 불법 정보가 담긴 콘텐츠의 유통을 차단하는 의무를 부과한다는 것이 이 개정안의 핵심이다. 그리고 그 세부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법률안의 내용은 언제나 그랬듯 허술하고 정의가 불분명하며 불규칙적이다.

 

어떻게 바뀌나
해당 개정안에서 바뀌거나 새로 추가되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
전기통신사업법 일부를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제2조제13호에 다목을 다음과 같이 신설한다.
다. 1명 또는 복수의 진행자가 출연하여 진행하거나 제작한 영상을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송신하는 부가통신역무
제22조의3제1항 각 호 외의 부분 중 “이하 이 조에서”를 “이하”로 한다.
제22조의4*1를 제22조의5로 하고, 제22조의4를 다음과 같이 신설한다.
제22조의4(특수유형부가통신사업자의 불법정보 삭제 등)
① 특수유형부가통신사업자 중 제2조제13호다목에 해당하는 자는 자신이 운영·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7제1항 제1호*2에 해당하는 정보가 유통되는 사정을 인식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해당 정보를 삭제하거나 그 유통을 차단하여야 한다.
② 제1항에 따른 삭제 또는 유통 차단 대상 정보의 구체적인 내용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제27조제2항 각 호 외의 부분 본문 중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사업자는”을 “특수유형부가통신사업자는”으로 한다.
제92조제1항제1호 중 “제22조의3, 제22조의4”를 “제22조의3부터 제22조의5까지”로 한다.
제98조제1호 중 “제22조의4제1항을”을 “제22조의5제1항을”로 한다.
제104조제3항에 제1호의2를 다음과 같이 신설한다.
1의2. 제22조의4를 위반하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7제1항제1호에 해당하는 정보를 삭제하지 아니하거나 그 유통을 차단하지 아니한 자

박맹우 의원은 대표발의에서 개정안을 발의한 이유에 대해 “선정적·폭력적 내용 등이 빈번히 발생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런데 개인방송에 대한 제재는 해당 문제 뿐 아니라 개인이 만들어내는 콘텐츠 전체에 해당된다.

인터넷 방송을 하는 A가 제작해 유튜브에 올린 10분짜리 영상 하나를 예로 들어보자. 규제에 추가되는 대상의 범위는 ‘1명 또는 복수의 진행자가 출연하여 진행하거나 제작한 영상’으로 명시돼 있다. 여기서 A가 촬영과 편집, 등록을 했기 때문에 ‘제작’ 부분은 맞다. 그러나 ‘출연’, ‘진행’은 알고 보면 그 타깃이 모호하고 무척 광범위하다. 제작자의 모습이 아니라 음성만을 서비스한 콘텐츠는 사람이 등장하지 않은 것일까? 음성도 나오지 않고 게임만을 보여주는 콘텐츠라면, 사람이 출연하지 않았으니 해당사항이 없는 것인가?

다음은 개정안에서 정보의 삭제, 유통 차단의 대상으로 지정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7(불법정보의 유통금지 등) 세부항목이다.

①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정보를 유통하여서는 아니 된다.
1. 음란한 부호·문언·음향·화상 또는 영상을 배포·판매·임대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하는 내용의 정보
2.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사실이나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
손하는 내용의 정보
3.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부호·문언·음향·화상 또는 영상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도록 하는 내용의 정보
4. 정당한 사유 없이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을 훼손·멸실·변경·위조하거나 그 운용을 방해하는 내용의 정보
5. 「청소년보호법」에 따른 청소년유해매체물로서 상대방의 연령 확인, 표시의무 등 법령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영리를 목적으로 제공하는 내용의 정보
6. 법령에 따라 금지되는 사행행위에 해당하는 내용의 정보
7. 법령에 따라 분류된 비밀 등 국가기밀을 누설하는 내용의 정보
8.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수행하는 내용의 정보
9. 그밖에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敎唆) 또는 방조하는 내용의 정보

내용상으로는 문제가 없는 조항인데, 이것이 인터넷 개인방송으로 적용 범위가 확대되면 여러 충돌 지점이 생긴다. 사단법인 오픈넷 관계자는 당장 1호의 ‘음란한’ 영상물에 대해서도 추상적인 의미로 그 경계가 모호한데, 이를 규정화해 행정부가 불법 음란물의 범위를 자의적으로 판단할 여지를 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숫자가 많아지고 있는 여성 댄스팀의 공연 영상을 보면 노출이 심한 의상과 춤이 비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개정안을 기준으로 본다면 이런 영상들도 차단돼야 한다. 유명 스트리밍 사이트인 아프리카의 수많은 BJ들도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또한, 비슷한 이슈로 각종 SNS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사진과 영상들은 개인방송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재 대상에서 벗어나 형평성의 문제도 생긴다.

또한, 3번 항목인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콘텐츠도 대상에 포함되는데, 그렇다면 성인을 대상으로 방송하는 모든 호러 게임 방송이 제재 대상이다. 정상 제작·수입·유통되는 게임 콘텐츠도 이 개정안 덕에 방송불가 판정을 받게 되는 것이다. 기자가 겁이 많아 호러 게임을 직접 하진 못해도 인터넷 방송으로 즐겨 보는 편인데,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제 기자가 즐길 수 있는 방송 콘텐츠에서 ‘공포’는 아예 삭제된다. 행정부가 콘텐츠를 즐길 기자의 권리를 빼앗을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트위치, 유튜브 등 해외 서비스를 비롯해 국내에도 수많은 UCC 스트리밍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각종 SNS와 포털사이트에서도 개인이 제작한 영상을 등록, 공유할 수 있다. 박 의원의 개정안이 시행되면, 공중파와 케이블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제외한 모든 서비스와 콘텐츠가 그타깃이 될 수 있다.

 

 

찬성 – 선정적·폭력적 내용 규제 필요

개정안을 한 번만 읽고 생각해 보면 잠시 납득이 되기도 한다. 플랫폼을 막론하고 어떤 방법으로든 개인이 인터넷에 개인방송을 하는 것은 무척 쉬운 일이다. 과거에는 방송용 카메라, 디지털 파일 변환 하드웨어, 인코딩 소프트웨어, 초고속 통신망 등 개인이 콘텐츠를 만들기가 어렵고 복잡했다. 하지만 지금은 여느 방송 서비스에 가입하고 스마트폰의 카메라 앞에 서면 준비 완료다. 방송에 대한 접근이 누워서 떡 먹기만큼 쉬워졌다.

하지만 개인방송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은 무척 어렵다.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전면에 나서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고, 그런 방송으로 이름을 알려 유명해지는 것은 더욱 어렵다. 더 많은 사람들이 방송을 시청하게 만들기 위해선 남들과는 다른 참신함과 재미를 갖춰야 하는데, 창의적인 콘텐츠보다는 자극적인 것이 더 접근하기 쉽다. 자연스레 사람들은 좀 더 강하고 자극적인 영상과 내용을 만들고, 콘텐츠의 질은 점점 떨어져 가는 것이 현재의 인터넷방송의 수준이다(사실 이 수순만 놓고 보면 인터넷방송과 공중파 방송이 다를 것이 없다).

여기서 파생되는 것이 박 의원이 내세운 폭력과 음란 콘텐츠다. 사실 19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모바일 방송 애플리케이션에 가입해 포르노 수준의 개인방송을 볼 수 있다. 방송 앱의 수익 구조인 가상화폐를 지불하면 BJ에 일정 비율의 현금이 환급되는데, 이를 위해 BJ는 더 자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화폐 지불을 유도한다. 다량의 화폐를 낸 시청자는 ‘사장님’이라 부르며 더욱 자극적이고 음란한 별도의 방송을 따로 진행하기도 한다.

폭력적인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소위 ‘현피’(온라인에서 다투던 네티즌이 서로 만나 실제로 싸우는 행위)를 생중계한다며 스마트폰을 들이대는 방송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처음에는 두 명의 친구가 가볍게 딱밤 맞기 정도로 진행하다가, 더 자극적인 모습을 원하는 시청자들의 요청에 주먹을 쥐기도 한다. 시청자들의 요청(혹은 명령)에 따라 아무 가게에 들어가 이유 없이 시비를 거는 무개념 BJ들이 점점 많아진다. 단지 이 개정안이 아니더라도 여러 문제를 야기하는 개인방송에 대해선 BJ 뿐 아니라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의 제재가 필요하다. 오히려 서비스 제공자 측에 족쇄란 이름의 울타리를 씌운다면 개인방송의 정화가 더 빠르게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

 

반대 - 등록이란 명목으로 족쇄 채우기

휘황찬란한 선물 포장지를 벗겼는데 폭탄이 들어 있다면 어떨까? 나를 보호해 주기 위한 울타리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그 울타리가 내 목 주변에 둘러지는 것이다. 오픈넷을 비롯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개정안에 반대하는 이유다. 애초에 목적의식이 부족한 개정안이고 그 방법도 독재만큼이나 저돌적이어서 사실상 이 법률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러나 법리해석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에 따라 이 개정안이 통과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모 네티즌의 반대의견 중 이런 내용도 있었다. “독립언론과 대안언론 등의 콘텐츠도 이 개정안의 대상에 포함되는데, 이들이 개정안의 숨은 타깃이 아닐까?” 오픈넷 역시 개인방송 사업자가 등록제에 대한 부담 때문에 정부의 통제에 따를 수밖에 없고, 콘텐츠가 불필요하게 검열돼 질적 하락이 일어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전문가들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만드는 콘텐츠의 서비스에 올가미를 씌워, 결국 온라인 서비스 산업과 함께 네티즌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위축시킬 위험이 높다는 것이 관계자의 말이다.

오픈넷은 동영상의 검열을 부추기는 인터넷 방송 규제 강화를 직접 반대하고 나섰다. 성명문을 통해 박맹우 의원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반대하며, “실상은 신고제에서 등록제로의 변경을 통해 인터넷 개인방송 사업에 대한 정부의 전반적인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선포나 다름없다”며, 정부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통제되는 형태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온라인 서비스의 음란·폭력 정보의 유통은 현행법으로도 단속할 수 있고, 서비스 사업자들은 해당 문제에 대해 일정 조건 아래에 민·형사상의 책임을 지고 있다. 콘텐츠의 질적 하락과 불법적인 문제에 대해선 이용자와 사업자 스스로 자정 능력을 기르도록 해야 하고, 발생한 문제에 대해선 현행법 안에서 해결책을 찾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보여주기식 법안을 만드는 정부와 의원들의 생색내기는, 이미 언 발에 오줌 누는 행위밖에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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