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반도체 자급자족 목표 성공할 수 있을까?

[테크월드=이나리 기자] 메모리 반도체로 영역 확대, 적극적인 시설 투자로 경쟁력 강화 

2000년 초반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자급률이 낮아 반도체 공급을 해외에 의존했고, 시스템반도체(팹리스)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그 결과 중국의 팹리스 기업은 2001년에 200여개 기업 정도였으나 2012년 600여개로 증가했다. 중국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최근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D램을 중심으로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기 시작했으며, 적극적인 시설 투자로 파운드리 사업을 강화하는 중이다.

그동안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미국, 일본, 한국 순으로 3국이 과점해 왔었다. 역사적으로 D램은 1969년 미국의 인텔이 첫 D램 생산 시대를 개막하면서 원천 기술을 개발해 왔고, 미국 내 여러 대형 IT 업체를 탄생시켰다. 그러나 1974년 일본이 D램 시장에 진출한지 6년만에 점유율로 미국을 제쳤고, 1983년 한국의 삼성전자가 D램 시장에 진출한지 12년만에 일본으로부터 주도권을 뺏어 왔다. 이로써 2000년 초반 한국의 D램 점유율은 30% 정도였지만, 2014년 기준으로 60%까지 증가했으며, 지금까지 한국은 D램 시장에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며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함으로써 한국 기업들에게 긴장감을 주고 있다. 비록 현재 한국의 높은 기술과 비교해 중국은 4~5년 수준의 기술 격차를 보이고 있지만, 정부의 재정적 지원을 받으며 팹투자에 돈을 아끼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한국과 기술 차이는 점차 빠르게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칭화유니그룹은 우한, 청도, 난징 등의 지역에 반도체 제조라인을 구축하기 위해 84조 원을 투자했고, 2018년 3D 낸드플래시를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시노킹 테크놀로지는 2018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D램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푸젠진화반도체는 대만 UMC와 협력해 D램 생산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반도체 기업 SMIC의 제조공장(팹)

또 중국은 파운드리 사업 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시설 투자를 하고 있다. 전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5위인 중국 SMIC는 2015년 28나노 공정을 활용해 퀄컴의 휴대폰 프로세서를 양산한 이력이 있는 회사인데, 2020년에 14나노 핀펫 기술을 활용한 반도체 제품을 양산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SMIC는 2016년 이탈리아의 파운드리 업체인 L파운드리를 인수한 데 이어 현재 20억 달러 이상의 현금을 보유한 채 추가적인 합병 대상을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반도체 기업 허페이창신(Hefei Chang Xin)은 사명을 루이리IC로 바꾸고 2017년 말까지 해외의 주요 D램 장비 업체에게 설비 구입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이리IC는 500억위안(약 8조 2815억 원)을 투자해 월 웨이퍼 투입 기준 생산량 12만 5000장, 연 생산량 150만 장에 달하는 12인치 반도체 공장을 설립한 바 있다. 

그 밖에 SMIC, 칭화유니그룹, 진화반도체, 창장메모리 등의 중국의 로컬 기업과 인텔, SK하이닉스, 글로벌 파운드리 등의 해외 기업 등은 총 16개의 12인치 반도체 팹을 계획 중이며, 이중 파운드리 팹은 8개, 메모리 생산라인은 7개인 것으로 조사됐다. 총 투자 금액은 1100억 달러 이상이며, 예정된 생산라인이 모두 완공되면 중국의 12인치 반도체 생산능력은 월 126만 5000장으로 증가하면서, 중국 자체 반도체 공급량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중국의 반도체공장 지출이 2016년 35억 달러(약 3조 9375억 원)에서 54% 증가해 2017년 54억 달러(약 6조 750억 원)까지 증가하고, 2018년에는 올해보다 60% 오른 86억 달러(약 9조 6750억 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현재 반도체장비 투자에 있어서 3위인 중국은 올해 2위인 대만을 누르고 2018년 2위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이런 공격적인 투자는 최근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 기업 두 곳이 세계 20위권에 포함돼 있으며,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2개 기업이 세계 10위권에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시스템 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 기업도 2015년 736개에서 2016년 1362개로 급격히 늘었다. 이 기업들의 매출은 177억 달러(20조 원)로 세계 시장의 11%를 차지하며, 미국, 대만에 이은 세계 3위 수준이다. 

자료: IC인사이츠, KB투자증권 


중국의 반도체 자급자족 목표 성공할 수 있을까?  

중국의 2025년 반도체 자급률 70%의 목표는 계획대로 실현될 수 있을까? 올해 초 발표된 맥클린 보고서는 중국 자급자족 목표의 실현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전자제품은 단일 저전압 IC(혼합 신호 아날로그 디바이스), 공정 재료(IC 제조에 사용되는 특정 화학 물질 또는 가스), 패키징 유형 중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면 출하를 할 수 없는 구조다. 이 모든 부품을 한 국가에서 해결할 수 있는 자급률을 70%까지 끌어 올린다는 것은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 

또 최근 몇 년 간 중국 기업들은 IC 팹 구축에 엄청난 금액을 투자했으나 이 팹에서 사용되는 기술의 대다수는 두 세대 이상 지난 기술이란 점이 지적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7월 칭화유니그룹과 합병된 XMC의 32단 3D 낸드 기술과 푸지안(Fujian JinHu)의 32나노 D램 기술, HLMC의 28나노 파운드리 로직 등이다.

그 이유는 현재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웨스턴디지털 등이 이미 64단 3D 낸드를 양산하고 있으며, D램에 있어서는 삼성전자는 2016년 하반기 18나노 D램 양산을 본격화했고, SK하이닉스 또한 올해부터 18나노 D램을 선보이면서 중국 보다 기술면에서 앞서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18나노 D램

특히 모바일 D램과 서버 D램의 경우에는 품질에 대해 높은 신뢰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선두 업체의 기술을 따라가기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BOE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은 PC용 D램과 레거시 D램에 우선적으로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 측은 적어도 2020년에는 중국도 D램 시장에서 의미 있는 수준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성장이 메모리 시장 점유율 1, 2위인 기업에게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지라도, 중국의 대규모 물량 투자는 분명 위협적인 요소다. 한국과 대만을 비롯해 모든 반도체업체는 중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D램 산업은 수요-공급 균형에 따라서 가격이 결정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데, 중국이 시설 투자를 통해 공급량을 늘리게 되면 공급 과잉 현상과 함께 가격 변동 현상이 생기게 된다. 이는 전체 D램 업계 기준으로는 다소 부정적일 수 있는 문제다”라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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