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사 웨스턴디지털 “한미일 연합 반대”, 도시바 “더 이상 방해하지 마”

[테크월드=이나리 기자] 도시바의 인수전이 한미일 연합이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되며 일단락 됐지만 도시바의 핵심 낸드 생산거점인 일본 욧카이치 반도체 공장을 공동운영하는 웨스턴디지털(WD)이 반대에 나서고 있다. 이에 도시바는 웨스턴디지털에 반도체 매각 방해 이유로 1200억 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도시바의 반도체 인수전이 장기화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도시바는 2016년 미국의 원자력 사업에서 7조원의 손실로 인해 결국 지난 1월 말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분을 내놓았다. 도시바 인수전에는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웨스턴디지털를 비롯해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관심을 보였다. 그 이유는 최첨단 기술로 주목 받고 있는 3D 낸드 플래시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낸드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는 도시바를 인수할 경우 낸드 시장에서 입지 강화에 도움되기 때문이다. 참고로 낸드 플래시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으로 데이터센터 역할이 더 커지면서 서버에 사용되는 메모리 반도체로 각광받고 있다. 


일본 정부는 자국 기업인 도시바의 원천 기술을 지켜내기 위해 인수 가능성이 있는 소니, 히타치 등 일본 기업들의 입찰을 독려했지만, 결국 이들 기업은 인수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지난 6월 21일 도시바는 미국계 사모펀드 베인캐피털과 일본 민관펀드 산업혁신기구(INCJ), 그리고 SK하이닉스가 참여한 베인캐피털에 대출 형태로 한미일 연합을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이는 도시바가 자사의 반도체 기술과 인력 유출을 최대한 방지하면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러나 도시바 공장의 공동운영자인 웨스턴디지털은 도시바의 이 같은 결정에 만족스럽지 않아 했다. 향후 도시바의 기술이 한미일 연합에 넘어가게 되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자신의 입지가 약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웨스턴디지털은 국제상업회의소(ICC) 국제중재법원과 미국 캘리포니아 고등법원에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매각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미국계 투자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새로운 매수 제안서를 제출했다.

웨스턴디지털의 행보에 뿔난 도시바는 6월 28일 웨스턴디지털에게 부정경쟁행위 방지법 위반을 이유로 1200억 엔(1조 2225억 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다. 도시바 측은 웨스턴디지털이 메모리 매각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인수 절차를 방해해 막대한 피해가 생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 도시바는 웨스턴디지털과의 공동 개발 관련 정보에 웨스턴디지털 직원이 열람할 수 없도록 접근을 차단한다고 밝혔다.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과의 중재 재판은 미국 캘리포니아 상급법원에서 7월 14일 심리가 열릴 예정이다. 도시바는 한미일 연합과 매각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서는 웨스턴디지털과의 조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도시바 반도체 사업 인수전은 보다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편,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은 외부적으로는 냉전 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기술적으로 3D 낸드 플래시 생산에 적극적인 움직을 보이고 있다. 6월 29일 웨스턴디지털과 도시바는 업계 최고 수준으로 96단 수직 적층 3D 낸드 기술을 적용한 ‘BiCS4’를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양사는 낸드 시장 업계 1위인 삼성전자와 기술력에 승부를 걸 수준으로 3D 낸드 기술을 끌어올렸다. 

또 도시바는 6월 28일 개최된 이사회에서 욧카이치 공장의 제6생산동에 1800억 엔(약 1조 8354억 원) 규모의 3D 낸드 신규 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향후 매각 문제와 기술 협력에 걸쳐진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의 관계가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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