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과 전술은 보이지 않는다

어떤 시장(기술 영역)에서 어떻게 승부 할 것인가?

누군가의 성공은 곧 누군가의 실패를 의미한다. 우리는 이를 제로섬 게임(Zero-sum) 이라고 한다. 특히나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치열한 경쟁을 전개하는 산업 현장에서 이는 황금률로 작용한다. 가급적 많은 경쟁 영역에서 승리를 거두고 생존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늘 그렇듯 녹록치 않다. 그렇다면 임베디드 기업들이 반드시 승리를 거두어야 하는 핵심 전장은 어디이고, 어떤 시각으로 이를 바라봐야 할까? 임베디드 산업 내 5대 핵심 전장과 필승 전략을 알아보자.

승리를 위해서는 선택된 영역에 집중이 필요하다 (사진 출처: 왕좌의 게임)

임베디드의 5대 핵심 전장

• 사물 인터넷 (IoT)

• 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

• 가상/증강현실 (Virtual reality and augmented reality)

• 프로세서 기술 (Processor technology)

• 저장장치 (Storage)
 

사물 인터넷(IoT): 하드웨어보다는 안전성을 갖춘 소프트웨어가 우선

우리 모두가 IoT에 대해 말한다. 그리고 IoT가 가져올 막대한 파급력에 대해서도 대부분 이견은 없다. 그러나 그 파급력만큼 시장에는 혼란함이 가득하다. 모두가 IoT에 뛰어들었지만, 아직 이를 기반으로 한 뾰족한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수익을 내는- 사업모델은 요원해 보인다.

기껏해야 집 밖에서 온도 조절하는 보일러나 목소리로 음악을 키고 끄는 기기 정도만 우리가 체감 가능한 IoT의 영역이다. 그렇다면 IoT의 사업 경쟁력은 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이에 대해 글로벌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전문 업체인 바 그룹 (Barr Group)의 CEO인 앤드류 거슨(Andrew Girson)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IoT 하드웨어가 다양한 어플리케이션 영역에서 높은 효용성을 가진다는 것에 이견은 없다. 그러나 결국 IoT 솔루션의 핵심은 소프트웨어다. 그 기기를 실제로 구동하는 것이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IoT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은 디바이스의 기능 및 보안 등 거의 전 영역에서 하드웨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MISRA와 같은 코딩 표준을 통해 코딩 프로세스 품질이 계속 개선되고 있지만, 우리가 2016년 자체적으로 수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아직도 소프트웨어 특히, 안전 부분에서 검증된 임베디드 시스템을 구현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으로 판단된다. 초연결성이 IoT가 가지는 무한한 잠재력이라면 그 초연결이 필연적으로 발생 시키는 문제가 바로 보안 리스크이기 때문이다. 문이 없으면 도둑 걱정을 할 필요가 없지만, 문이 많아지면 그만큼 자물쇠가 많아지는 것과 이치이다”

개발자들은 IoT 하드웨어 툴들에 익숙해지고 이를 능숙히 다뤄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작 이 하드웨어를 구동하게 하는 어플리케이션과 IoT의 편리함만큼이나 신경 써야 할 보안 프로그램을 얼마나 적절히 용융시키는가 이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심층신경망과 딥러닝은 하나의 구성요소일 뿐

알파고 이후로, 심층신경망(Deep Neural Nets: 이하 DNN)과 딥러닝이라는 단어는 일반 대중들에도 매우 익숙한 단어가 됐다. DNN은 필기 인식, 소음제거 등의 영역은 물론 객체 식별을 지원함으로써, AI의 최대 수요처 중 하나인 첨단운전자보조장치(ADAS)에서도 핵심 기술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DNN과 딥러닝은 사실 인공지능(AI)의 한 측면일 뿐이다 DNN이 많은 어플리케이션에 유용하다는 점에도 불구하고, 모든 영역에서 확실한 솔루션이 아니라는 점은 명심해야 한다.

실제로, 대부분의 프로시저에서 DNN의 활용도는 높지 않다. 뿐만 아니라, DNN 솔루션은 물체 인식 등을 요구하는 어플리케이션과 쉽게 통합될 수 있도록 마치 블랙 박스와 같이 설정되어 있어, 새로운 애플리케이션과의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작업이 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매스웍스(MathWorks) 기술 마케팅 매니저인 폴 필로텟(Paul Pilotte)은 "IoT의 확산으로 인해 대단위 데이터 처리, 실시간 의사 결정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증대되고 있다. 즉, 서로 다른 시스템 전반에 걸쳐 통합 분석에 대한 요구가 더욱 커질 것이다. 데이터 처리 및 예측 역량은 특정 어플리케이션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온보드 센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IoT 어그리게이터 등 전방위 영역에 걸친 요구사항이다. 이런 관점에서 DNN은 확장성 관점에서 추가적인 진일보가 필요하다. "

DNN의 중요한 보완재적 성격을 지니는 전문가 시스템에서 행동 기반 로봇 등에 이르기까지 이미 사용중인 AI 기술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회는 한 사람의 지식이 아니라 중지(衆智)에 의해 발전해 왔다. 기계도 인간과 마찬가지이다. DNN이 인공지능의 전부는 아니다.

가상∙증강현실(Virtual/Augmented Reality): 나무(엔터테인먼트)가 아닌 숲이 중요

최근 한국에서도 포켓몬고 게임이 출시되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처럼 가상, 증강 현실 솔루션은 이제 기술 개념 단계에서 벗어나 우리의 실생활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그러나 VR과 AR의 잠재력은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에 국한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AR 전문 기업 메타(Meta)의 개발 책임자인 데이비드 오(David Oh)는 이렇게 주장한다.

“현재까지 증강 현실은 주로 상대적으로 단순한 1 세대 하드웨어를 통해 구현되어 왔고,  개발자들은 AR의 실제 가치와는 다소 거리가 먼 게임과 유사한 경험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었다. 그러나 2017 년에는 메타 투(Meta 2)와 같이 보다 정교한 하드웨어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활로를 고민해야 한다.”

스코프 에이알(Scope AR)의 워크링크(Worklink)

게임은 현재 VR의 핵심 시장처럼 보여지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이와 같은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집중할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게임 혹은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로우 행잉 푸르트 시장(Low Hanging Fruit: 손 쉽게 목표 혹은 성취 달성이 가능한 시장)이기 때문에 다수의 개발업체들은 VR과 AR의 보다 큰 잠재력을 구현하는데 주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히려 기존 운영 체제를 기반으로 하되 혁신적인 솔루션 제공이 가능한 시장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이에 주력하는 것이 보다 지혜로운 접근법이 될 것이다. 실례로 캐나다 스코프 에이알(Scope AR)은 AR을 기반으로 복잡한 부품 수리를 지원하는 솔루션인 워크링크(WorkLink)를 개발하였고 200만 달러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프로세서 기술(Processor Technology): ARM 외에도 많은 대안

고성능, 저전력, 강력한 연결성 등의 프로세서 기술의 진보는 모든 임베디드 어플리케이션이 필요로 하는 요소이다. 그러나 IoT야말로 프로세서 기술 발전의 혜택을 많이 누리게 되는 영역이다. 이 영역에서 ARM과 그 제휴사들은 상당한 규모의 투자를 지속 수행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ARM은 한층 더 강화된 보안 기능을 갖춘 최신 Cortex-M23 및 Cortex-M33 플랫폼을 출시한다. 그러나, 우리는 ARM의 대안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어플리케이션 영역별로 요구사항이 매우 상이하기 때문에, 때에 따라서는 MIPS 및 x86 솔루션이 ARM의 제품들 보다 훨씬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맞춤형 시스템 온 칩 (SoC) 분야에서는 RISC-V와 같은 신 제품이 부상하고 있다. RISC-V는 ARM, MIPS 및 x86 플랫폼과 동일한 수준의 어플리케이션 지원 및 툴 이식가능성을 갖추고 있다.

RISC-V 기반 아르두이노(Arduino)의 하이파이브원(HiFive1) 보드

스마트 폰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고수하고 있는 ARM은 최근 다수의 코어를 탑재한 칩을 통해 엔터프라이즈 영역으로의 확대를 지속 강화하고 있다. 그렇지만 인텔도 해당 시장에서 쉽게 물러설 생각은 없어 보인다. 

2017년 중반, Skylake-X 제품군 출시가 예정되어 있고 제온 (Xeon) 역시 히트 상품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의 선택지에 꼭 ARM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장장치(Storage): 3D 칩의 작지만 거대한 변화

메모리 칩 시장의 97~98%를 차지하는 DRAM 및 플래쉬의 위상은 여전히 지배적이다. 그러나 방대한 데이터의 축적을 요구하는 IoT와 AI는 저장장치의 진화와 발전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은 2017년에 가시화 되고 있다.

날이 갈수록, 기존의 2D NAND로는 고객사의 미세 공정 요구 및 가격 경쟁력 확보가 어려워 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는 3D 칩 중심의 기술 확보를 지속적으로 추진 중에 있다. 실제로 국내의 SK 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도 해당 기술확보에 주력하고 있고, 특히 최근 인텔은 인공지능에 특화된 3D 크로스포인트(X Point)를 출시하여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해당 제품은 기존의 NAND 형태의 SSD보다 레이턴시가 1000배 더 빠르고, DRAM보다 10배 높은 집적도를 가진다. 

어렸을 적 “땅꼬마”라고 불렀던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는데, 나보다 훌쩍 커 있는 경험을 해 본적이 있는가? 지금 큰 시장이라고 해서 앞으로도 크다고 말할 수는 없다. DRAM/NAND FLASH와 3D 칩 시장이 꼭 그런 형국이다.

인텔(Intel)의 3D 크로스포인(X Point)

기술은 보이지만, 전략과 전술은 보이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5개의 핵심 전장, 즉 기술 영역은 사실 너무나 익숙하고 눈에 보여 왔던 것이다. 그러나 5개 영역별로의 시각은 기존 주류 흐름과는 배치된다. 중요한 것은 어떤 기술 영역이냐가 아니라, 어떤 관점과 시각으로 살아남을 것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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